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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알드 별 Jun 13. 2024

실리콘밸리 VS 국내 대기업: 문화

내가 이민을 하고 캐나다에 일하면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 바로 기업 문화다.


내가 다니던 한국의 기업은 국내에서도 사내 분위기가 자유롭고 임직원의 편의를 많이 봐주는 곳이었다. 그중 내가 좋았던 부분을 소개하고 현재 다니는 회사와 비교해 보자.


1. 자율출퇴근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하루 중 어느 때나 출퇴근해도 되며, 하루 최소 4시간만 근무하면 근태가 인정된다. 대신 주 40시간 이상 근무해야 한다.


2. 수평적 조직

직급에 상관없이 ‘프로’로 부르거나 영어 이름을 사용해 호칭에서 직급을 생략한다. 호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원, 대리급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였다. 특히 '꼰대'라 불리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금기하다시피 해, 다들 그러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공부하는 분위기였다.


내가 회사를 애정하며 다녔던 데에는 이런 사내 문화가 바탕이었다. 실제로 근무하면서 내가 어리고 직급이 낮다고 나의 발언이 묵살된다거나 허드레일을 시킨다거나 무시한다는 경험이 전혀 없었다. 대부분의 팀장, 임원급들도 후배들을 존중해 주는 사람들을 만났으며 지금도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로 넘어오면서 어느 정도 문화충격을 받게 되었는데 여기는 제도가 더 자유롭고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미국/캐나다 쪽은 개인주의가 심하다고 얘기하는데 실제로 그렇다. 그런데 이 개인주의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결이 달랐다.


1. 자율근무제

근무시간에 대한 규칙이 아무것도 없다. 출퇴근 시간도 정해진 것 없고 주에 최소로 근무해야 하는 시간도 없으며 심지어 코로나 사태 이후 사무실 출근도 자율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 매니저마다 정의하기 다르지만 하루에 일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나머지 시간을 특정 사유로 일하지 않더라도 반차나 휴가, 병가를 쓰지 않아도 된다.


2. 수평적 조직

영어를 사용하니, 직급에 상관없이 이름을 부른다. 영어에 존댓말이 없다고들 하지만 공적이고 예의 바른 표현은 존재하는데 실제로 현장에서는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 편한 표현을 많이 쓴다. 가끔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대화의 장도 많이 열려 있어 대표이사에게  메신저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는 것을 물론, 때로는 불평을 늘어놓기도 한다. 우리 팀에는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을 마음껏 늘어놓는 채널이 따로 있을 정도다.




나는 이민 전, 일종의 편견으로 개인주의란 서로에게 관심이 없어 조금 차갑고 냉랭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겪어본 개인주의는 달랐는데, 한마디로 개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삶이다. 내가 내 삶의 주체이고 일은 내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회사나 공동체보다는 나 자신의 행복이 우선이다. 따라서 회사와 우리가 팀으로 함께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와 나의 가족이 최우선이며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더 행복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일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한다.


사생활 또한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원하지 않으면 이야기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에 대한 경계는 개개인마다 달라, 어떤 이는 사적인 얘기를 거의 하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TMI일 정도로 많이 공유하곤 한다. 어느 쪽이든 말하는 사람의 자유이고, 반응도 원하면 하고 아니면 안 해도 상관없다.


이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직접 행동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내가 말하지 않거나 부탁하지 않으면 누구도 먼저 제안을 하거나 손을 뻗지 않는다. 특히 이민을 온 한국인의 경우 소극적이고 조용하다는 편견이나 선입견이 많은데, 영어가 서툴러서 말수가 적어지는 것도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쓸데없는 말을 삼가고 겸손한 것이 하나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의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원하는 것을 말하고 내가 만든 성과를 이야기하면 좋다. 이는 현재의 나에게도 해당하는 조언이다.


매니저와의 관계에서도 개인주의에 대해 많이 느끼곤 한다. 매니저는 항상 내가 잘 지내는지,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분야인지,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 지 확인하고 최대한 도와주려 한다. 하도 나 자신에 대해 질문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스스로 생각해 본 적 없는 부분도 생각하게 된다. 특히 일에 대한 나의 목표와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렇다. 나는 앞으로 개발자로서 어떤 식으로 성장하고 싶은 지보다 이 회사와 팀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이 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매니저는 내가 몇 번 지나가는 소리로 이야기한 것도 매번 메모해,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이를 최대한 실행한다. 어떨 때는 그렇게까지 할만한 일은 아닌데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최근, 팀에 나 혼자 밴쿠버에 있어서 외롭고 가끔은 소소한 잡담도 하고 싶은데 다들 바빠 보여서 개인적으로 채팅을 하기엔 좀 주저하게 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야기가 끝나고 매니저는 차주 금요일에 팀원들과 게임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내가 복직하는 날, 서로 친해지기 위해 게임을 했었는데 내가 그때 꽤나 즐거워했던 것을 기억했던 모양이었다. 팀 사람들도 대부분 참석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의 한마디 한마디를 신경 써주는 그 마음과 행동이 참 감사하다.




한국의 기업들도 지속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미 내가 떠난 몇 년 사이에 내가 다니던 한국 기업의 문화도 더 좋아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북미쪽이 더 자유롭고, 특히 매니징에 있어서는 임직원 개개인을 보살펴주는 느낌이 강해 임직원 입장에서는 더 만족도가 높으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접하면서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스럽다. 특히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있는 워킹맘에게는 이 문화가 얼마나 값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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