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커피가 필요한 사람들

우리가 섬길 고객

by ROASTHAUS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은 더 반복할 것이다.

나도 결국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올라가도 돈 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조금 오르면 팔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투자는 반대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걸 실제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케팅도 비슷하다.

브랜딩도 비슷하다.


예전에 친구가 물었다.

타지로 파견을 가야 하는데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고.


“좋은 기회 아니야? 가봐.”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도 사람은 반대로 생각한다.

왜 좋은 기회지?

그럼 안 좋은 건 아닐까?


그래서 질문을 바꿔봤다.


“굳이 네가 가야 해?

왜 너야 해?

안 가도 되는 거 아니야?

가면 뭐가 좋아?”


그러자 생각의 방향이 달라졌다.

가면 뭐가 좋지?


전자는 질문이 긍정인데 생각이 부정으로 흐른다.

후자는 질문이 부정인데 생각이 긍정으로 흐른다.


신기하지만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럼 우리는 원두를 팔아야 한다.

그런데 보통 이렇게 말한다.


왜 우리 원두 안 사?

우리 거 좋은데.


이건 긍정적인 질문이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생긴다.


반대로 질문을 던지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굳이 우리 원두를 사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 질문을 들으면

사람은 스스로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이 원리를 정확히 이해한 건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답답해서 책을 하나 읽었다.

세스 고딘의 『마케팅이다』.


그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것이었다.

제품을 먼저 만들지 말고

섬길 고객을 먼저 만들어라.


나는 또 반대로 했다.

제품부터 만들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봤다.


나는 어떤 고객을 섬길 것인가.


우리는 계획적인 성향의 사람을 섬기기로 했다.


새로운 것을 계속 찾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이 나오면 언제든 떠난다.


오늘은 이 커피,

내일은 다른 커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20년 된 RPG 게임을 아직도 한다.


그 게임을 하지 않으면 하루가 어색하다.

이미 그 사람의 루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커피도 그렇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출근하기 전에 한 잔.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 잔.

운동하기 전에 한 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작은 의식.


우리는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그 루틴 안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질문을 다시 정리했다.


우리는 어떤 고객을 섬길 것인가.


아마

커피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커피가 필요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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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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