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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스앤러버스 Aug 01. 2023

사랑은 변하지만... 한번 배운 운전은 영원히 써먹는다

에디터 먼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은 변하지만… 한번 배운 운전은 영원히 써먹는다.  


  차는 꽤 사적인 공간이다. <봄날은 간다>에서 역시 ‘차'는 인물 사이 관계의 역학을 드러낸다. 은수는 상우가 태워주는 차의 조수석에 앉았고, 상우에게서 운전을 배웠다. 하지만 은수의 마음이 변하자 그는 혼자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고, 차 조수석에 상우가 아닌 다른 사람을 태운다. 주인공들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우리는 차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은수'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보자. 우리는 ‘운전’을 통해 은수가 점차 자유로워지는 과정을 목도할 수 있다. 낯선 지역에서 상우를 만나 그 관계에 기대었던 은수는, 운전을 할 줄 알게 되면서 그 관계에서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다. 상우와의 관계는 변했지만, 그에게 배운 운전은 남아 영원히 써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사적인 공간의 확장임과 동시에 자유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이다. 운전을 배우고 차를 몰아보며 이 감각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졌다. 




왜 여태 배우지 않은 운전을 갑자기?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이나 면허를 따지 않았던 것은 거의 평생을 서울에 살았던 탓이다. 서울에 살면서 운전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사람이 미어지는 대중교통에 고통받으면서도, 출퇴근 시간의 꽉 막힌 도로를 보고 있자면 가슴이 더 답답했다. 물론, 자차가 없거니와 다니던 학교나 회사 모두 차로 다니기에는 주차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면허가 있다 하더라도 차를 자주 몰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면허를 따놓고 장롱면허로 썩히는 것만은 가장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니차 프로젝트'를 알게 되면서 운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언니차 프로젝트는 여성 운전 프로젝트로, 여성의 이동 독립권을 증진시키고자 만들어졌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여성이 직접 운전을 하는 것이 곧 여성의 이동권을 확장시킨다는 맥락에서 운전하는 여성들을 위한 세미나, 교육 등을 진행한다. 언니차 프로젝트의 기획자 이연지 씨는 이렇게 말한다. 

  “여성에게 운전이란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 떠나고 또 돌아올 수 있는 힘, 이동독립권이다. 차가 있으면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 앉아서 편하게 갈 수 있다.”  

  주거에 있어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나는, 나의 방이 있음에도 독립적으로 살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동에 있어서는’ 독립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조금 더 ‘혼자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운전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운전을 배워보니까 달라? 


  그래서 운전을 해보니 정말 내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느냐고? 세상을 달라지게 하려면 먼저 운전할 자격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나는 무면허자였기에 일단 면허부터 따야 했다. 

  면허를 따려면 다들 알다시피 1)필기 2)기능 3)주행, 세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필기는 가능하면 빠르게 끝내는 것이 좋다. 필기시험 앱으로 1시간 공부하고 필기시험에 합격을 했는데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기분은커녕, 내가 이런 지식수준으로 도로에 나가도 될까 의심스러웠다. 기능 교육을 받으며 운전석에 앉아서야 비로소 운전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기능 교육 과정을 통해 기본적인 주행 능력과 조작 능력을 익히고 난 다음, 도로로 나가면서 운전에 더욱 흥미가 붙기 시작했다. 

  처음에 도로주행 교육을 받을 때는 옆에서 선생님이 거의 대신 핸들을 돌려주고 대신 브레이크를 밟아줘야 하는 수준이었다. 운전을 해보니 상우가 은수를 제 무릎에 앉혀 운전을 가르치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무릎에 앉아서 운전을 배우는 건 로맨틱함을 위한 연출이겠거니 생각했으나, 도로연수 차량과 달리 조수석에 브레이크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초짜인 은수에게 브레이크, 액셀, 그리고 핸들을 모두 독자적으로 맡기겠나… 어쩌면 상우는 자기가 브레이크를 반드시 밟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은수에게 브레이크를 독자적으로 맡길 수 없었던 상우… 감동 파괴…


  그래도 주행 교육을 3일 차까지 받으니 꽤 운전이 재미있었고 운전 실력도 (체감상) 팍팍 늘었다. 처음 학원에 등록을 했을 때는 한 달안에 면허를 따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는데, 그만 이주만에 주행 시험까지 합격해버리고 말았다. 

  

면허를 따고 면허증이 나오기까지의 시간과 해외여행이 겹쳐 거의 2주간 운전을 하지 못한 상태로 실 주행에 나섰다. 사고가 날 때를 대비하여 일일 보험료를 납부한 뒤, 엄마 차 찬스로 도로에 나갔다. 차 뒤에 ‘초보 운전… 그저께 면허 땄어요!’라는 다소 오버스러운 스티커까지 붙이는 건 필수다.


  도로주행을 딴지 꽤나 시간이 지난 후에 운전을 해보는 거라, 차 많은 낮시간에 나가기는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야간주행에 도전했다. 경기도 외곽까지 나가보고도 싶었고, 엄마를 데리고 용산에 가서 심야영화라도 보러 가고 싶었지만, 운전 초보에 대한 엄마의 걱정으로 인해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늘 버스를 타고만 다녔던 동네길을 운전석에 앉아서 보는 기분은 색달랐다. 보행자 기준으로만 생각했던 도로를 운전자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니 낯설었기 때문이다. 창문을 열고 드라이브를 하니, 밤바람이 꽤 시원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나는 열대야였지만, 달릴 때 느끼는 바람은 상쾌했다.

  동네를 도는 대신에, 평소엔 자주 다니지 않는 곳까지 한 바퀴 둘러보았다. 집에서 40분이나 걸어야 하는 거리를 10분도 안 돼서 훌쩍 다녀올 수 있더라. 집에서 있던 운동복 차림에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나와 운전을 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었다. 누구의 차를 얻어 탈 때는 늘 어딘가를 가기 위한 목적으로 차를 탔다. 오로지 이동 수단이었다. 그런데 차를 타고 운전한다는 것이 목적 그 자체가 되니 사회적 체면을 신경 쓰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 생긴 기분이었다. 



결론: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요컨대, 운전을 하게 되면 공간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 혼자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얻게 되는 셈이다. 가족이나 동거인과 함께 살 때 집에서 느끼기 어려운 해방감을 ‘차'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차'라는 공간은 그럴 때, 혼자 편안하게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의 확장이다. 

기동성 역시 커진다. 서울 도심이야 대중교통이 워낙 잘 되어 있으니 그나마 면허가 없더라도 이곳저곳을 갈 수 있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도 이야기는 달라진다. 차가 있고 운전을 할 수 있다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예컨대 늦은 밤에 심야 영화를 보러 가거나 기분전환을 위해 훌쩍 드라이브를 떠날 수 있게 된다. 언제든지.

운전은 내 공간의 확장이자 내 능력의 확장이다. 운전을 통해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자유로움과 함께 해방감을 선사한다. 공간이 넓어지고 나의 능력이 커지는 것은 곧 나의 세상이 넓어지는 것과 같다. 내 세상을 넓힐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써의 운전, 한번 배워놨으니 앞으로 잘 써먹어보자. 단연,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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