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법
"우리 데이터로만 이야기합시다."
회의실에서 이 말이 들리면, 사람들은 일단 고개를 끄덕입니다. 감정이나 주관을 배제하고, 차가운 이성과 팩트에 기반해 논의하자는 제안은 언제나 합리적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현대 기업 경영에서 데이터는 곧 진실이자 정의로 통합니다. KPI 달성률, 고객 만족도 점수, 근태 기록, 매출 성장률... 당신의 모든 회사 생활은 0과 1, 그리고 소수점 단위의 숫자로 치환되어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알아야 합니다. 이 숫자들이야말로 오피스 빌런들이 가장 애용하는, 가장 손쉽고도 치명적인 무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데이터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 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데이터를 수집하고, 선별하고, 해석하고, 보고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욕망을 가진 사람,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 자신의 무능을 감추고 싶은 사람. 그들의 손을 거치는 순간, 데이터는 더 이상 진실의 거울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찌르기 위해 날카롭게 갈아 만든 '숫자의 칼'이 됩니다.
오늘 우리는 '객관성'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데이터 조작의 민낯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왜 당신의 성과는 엑셀 파일 속에서 증발해 버리는지, 왜 당신을 공격하는 상사의 논리는 항상 데이터로 무장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 숫자놀음의 지옥에서 어떻게 당신의 진짜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펜실베이니아의 제지 회사를 배경으로 한 시트콤에는, 데이터가 얼마나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 오염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섬뜩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이 회사의 탑 세일즈맨인 에이스 영업사원과 2인자는 어느 날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게 됩니다. 매년 실시되는 '고객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평소 고객 관리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그들이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고객들은 그들에 대해 "불친절하다", "전문성이 떨어진다", "다시는 거래하고 싶지 않다"와 같은 악평을 쏟아냈고, 점수는 바닥을 기었습니다.
이 결과는 즉시 그들의 고과와 보너스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지점장은 데이터를 들이밀며 그들을 질책하고, 그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내가 정말 그렇게 못했나? 고객들이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나를 욕한 건가?"
그들은 자신의 능력과 지난 노력들을 스스로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데이터 공격의 무서움입니다. 피해자가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드는 것.
하지만 진실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이 설문조사 데이터를 관리하고 입력하는 담당자는 고객지원팀의 한 직원이었습니다. 그녀는 평소 관심받기를 좋아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인물이었는데, 최근 자신이 주최한 파티에 이 두 영업사원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복수를 위해 시스템에 접속하여, 실제 고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모두 삭제하고, 자신이 지어낸 악의적인 거짓 답변들을 입력해 넣었습니다. 그녀에게 '데이터 입력' 권한은 곧 '생사여탈권'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공적인 데이터로 둔갑시켜, 가장 객관적인 척하며 그들을 공격한 것입니다.
뒤늦게 이 사실이 밝혀졌을 때, 그녀는 태연하게 말합니다.
"그러게 왜 내 파티에 안 왔어?"
이 황당한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보냅니다. 당신을 평가하는 그 숫자가, 사실은 누군가의 기분, 누군가의 실수, 혹은 누군가의 악의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일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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