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과 보상, 그 명과 암
직장인의 영혼을 움직이는 연료는 무엇일까요? 혹자는 '성취감'이라고 하고, 혹자는 '자아실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봅시다. 우리가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가장 큰 이유는 '통장에 찍히는 숫자', 즉 정당한 보상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생존이자, 나의 노동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척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피스 빌런들은 이 단순한 진리를 교묘하게 비틀려합니다. 그들은 돈을 쓰기 싫을 때, 혹은 줄 돈이 없을 때, '칭찬'과 '명예'라는 가상의 화폐를 찍어냅니다. "자네는 우리 회사의 보물이야", "이 상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어."
그들은 직원의 인정 욕구를 인질로 삼아, 실질적인 보상 없이 더 많은 노동과 희생을 강요합니다. 이것은 '동기 부여'가 아닙니다. 이것은 가장 세련된 형태의 '노동 착취'입니다.
오늘 우리는 싸구려 트로피 뒤에 숨겨진, 이 '가짜 보상'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보려 합니다.
펜실베이니아의 제지 회사를 배경으로 한 시트콤에는, 리더가 주는 '가짜 보상'이 얼마나 허무하고 기만적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바로 지점장이 주최하는 연례행사, '던디 시상식'입니다.
지점장은 이 행사를 위해 턱시도를 차려입고, 직원들을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불러 모읍니다. 그는 이 시상식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최고의 축제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가 직원들에게 수여하는 것은 고작 몇천 원짜리 싸구려 플라스틱 트로피뿐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가 상을 주는 방식입니다. 그는 직원들의 성과나 노고를 치하하는 대신, '가장 긴 약혼 상', '타이트한 셔츠 상', '화장실 냄새 상'과 같은 해괴한 타이틀을 붙여 상을 남발합니다. 그는 이것을 유머라고 포장하지만, 받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감동도, 영광도 없습니다.
직원들은 왜 이 행사에 참석할까요? '불참하면 찍힌다'는 공포 때문입니다. 그들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트로피를 받아 들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이딴 플라스틱 쪼가리 말고, 야근 수당이나 줘!"
지점장은 이 행사를 통해 "나는 직원들을 인정해 주는 좋은 리더"라는 자기만족을 얻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휴식을 반납하고 참석해야 했던 시간 낭비와, 자신의 가치가 고작 싸구려 인형 하나로 치환되었다는 모멸감뿐입니다. 이 시상식은 보상이 아니라, 직원들의 영혼을 갉아먹는 '기만극'입니다.
한국의 사무실에서도 이 기만극은 매일같이 상영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달의 우수 사원' 제도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벽면에 우수 사원의 사진을 걸어주거나, 사내 뉴스레터에 인터뷰 기사를 실어줍니다. 그리고는 3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이나 영화 예매권 두 장을 부상으로 줍니다. 회사는 이것으로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너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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