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분배를 둘러싼 이기심과 갈등
회사는 겉보기에 평화롭습니다. 회의 시간에는 서로 존댓말을 쓰고, 복도에서는 웃으며 인사를 나눕니다.
"우리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동료"라는 구호는 제법 그럴싸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자원'이 넉넉하거나, 혹은 분배할 '전리품'이 없을 때만 유효한 휴전 상태일 뿐입니다.
진짜 전쟁은 '새로운 먹잇감'이 던져졌을 때 시작됩니다. 그것은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일 수도, 승진에 유리한 알짜배기 보직일 수도, 혹은 두둑한 인센티브가 보장된 우량 고객 리스트일 수도 있습니다. 이 한정된 '파이'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순간, 우아했던 백조들은 서로를 물어뜯는 아귀로 돌변합니다.
성과 분배의 문제는 자본주의 조직의 가장 예민한 역린입니다. "누가 더 많이 가져갈 자격이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공정함은 사라지고, 이기심과 정치, 그리고 서열만이 남습니다. 영업팀은 "우리가 돈을 벌어오니 우리가 주인이다"라고 외치고, 지원팀은 "우리가 없으면 너희는 아무것도 못 한다"며 반발합니다. 리더가 이 갈등을 공정하게 조율하지 못할 때, 조직은 '성과'를 내기도 전에 '분배' 때문에 자멸하고 맙니다.
오늘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의 제지 회사에서 벌어진 '쓰레기장 보물찾기' 소동을 통해, 이익 앞에서 무너지는 동료애와 리더십의 실종이 어떤 촌극을 빚어내는지를 살펴볼 것입니다.
이 시트콤의 한 에피소드는 자원 배분을 둘러싼 조직 내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회사가 합병된 후, 본사는 지점의 매출 증대를 위해 아주 비싼 돈을 들여 확보한 '우량 고객 리스트'를 내려보냅니다. 이 리스트에 있는 고객들은 계약 성사 확률이 매우 높고 규모도 큰, 말 그대로 영업사원들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존재들입니다.
문제는 이 황금알을 쥔 영업사원들의 태도입니다. 그들은 리스트를 손에 넣자마자 콧대가 높아집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회사의 귀족이라도 된 양 거들먹거립니다.
"우리가 이 회사를 먹여 살리는 거야. 너희들은 우리를 보조나 하라고."
그들은 다른 부서 직원들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거나,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이에 분노한 비영업직 직원들은 반란을 일으킵니다. 그들은 영업사원들의 오만함에 맞서 사소한 복수를 감행하고, 사무실은 순식간에 '영업팀 vs 비영업팀'의 내전 상태로 치닫습니다.
이 난장판을 수습해야 할 지점장은, 역시나 최악의 해결책을 들고 나옵니다. 그는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겠다"는 명분으로, 그토록 귀중한 고객 리스트를 도시 외곽의 쓰레기 매립지 어딘가에 숨겨버립니다. 그리고는 선언합니다.
"리스트를 찾고 싶으면, 다 같이 협력해서 찾아봐라!"
결과는 어땠을까요? 직원들은 협력 대신, 쓰레기 더미 위를 뛰어다니며 서로를 밀치고 욕하는 아수라장을 연출합니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쓰레기장 위에서, 오직 '내 몫'을 챙기기 위해 양복을 더럽히며 뒹구는 그들의 모습. 그것은 탐욕 앞에서 인간의 존엄이 얼마나 쉽게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웃기지만 끔찍한 우화입니다.
그들은 결국 리스트를 찾아내지 못합니다. 회사의 소중한 자산은 쓰레기 매립지에 영원히 묻히고, 직원들은 오물과 상처만 뒤집어쓴 채 서로를 더욱 증오하게 됩니다. 공정한 분배의 룰이 부재한 곳에서, '자원'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됨을 증명한 셈입니다.
이 시트콤의 상황은 한국 기업 내 '사업부'와 '지원부서' 간의 갈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합니다. 영업이나 마케팅 등 매출을 직접 발생시키는 부서에는 묘한 선민의식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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