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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를 노리는 자들의 최후

모든 정치의 시작

by 돌부처

조직의 2인자는 가장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 위치입니다. 그는 리더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권력을 보좌하며, 리더의 그림자 속에서 안정을 누립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리더의 무능함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내가 저 자리에 앉는다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이 한 줄의 생각이 머릿속에 싹트는 순간, 가장 충성스러웠던 2인자는 가장 위험한 적으로 돌변합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그리고 수많은 기업 드라마 속에서 충신이 역적이 되고, 심복이 자객이 되는 비극을 수없이 목격해 왔습니다.


사내 정치는 결국 권력을 향한 욕망의 충돌입니다. 그리고 그 충돌이 가장 극적으로 폭발하는 지점은 바로 쿠데타입니다.


어설픈 명분으로 무장한 야심가가 어떻게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지, 그리고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리더는 어떻게 배신자를 처단하는지 오늘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의 제지 회사에서 벌어진 한 편의 서투른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향한 욕망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이 시트콤의 한 에피소드는, 충성심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인간의 비뚤어진 야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지점에는 지점장을 신처럼 떠받드는 자칭 2인자가 있습니다. 그는 지점장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것처럼 행동하며, 지점장을 위해 빨래 심부름까지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는 조직 내에서 충성심의 아이콘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지점장 몰래 본사 부사장과 비밀 회동을 갖습니다. 핑계는 치과 치료였습니다. 치과에 다녀오겠다며 회사를 빠져나간 그는, 부사장을 만나 지점장의 무능함을 조목조목 고발합니다.


“지금 지점장은 시간을 낭비하고,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며, 지점 관리에 소홀합니다. 제가 지점장이 된다면 이 모든 것을 바로잡고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습니다. 현 지점장은 실제로 무능하고 산만한 리더였으니까요. 2인자는 자신이 회사를 위해, 정의를 위해 이 일을 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동기는 정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2인자의 자리에 머물며 쌓인 열등감과, 1인자가 되고 싶다는 억눌린 욕망의 분출이었습니다. 그는 마이클을 밟고 올라서기 위해, 마이클이 자신에게 보여준 신뢰를 배신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부사장은 2인자의 제안을 거절할 뿐만 아니라,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립니다.


부사장에게 중요한 것은 지점장의 능력이 아니라, 조직의 안정과 위계질서였기 때문입니다. 하극상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리스크였습니다.


지점장은 충격을 받습니다. 자신이 가장 믿었던,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2인자가 자신을 몰아내려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습니다. 배신감에 치를 떨던 지점장은 2인자를 바로 내치지 않고, 그를 시험해 보기로 합니다. 그는 2인자에게 거짓말을 합니다.


“본사에서 너를 새로운 지점장으로 임명했다더라.”


이때부터 펼쳐지는 상황은 한 편의 부조리극입니다. 자신이 지점장이 되었다고 믿은 그는 순식간에 돌변합니다. 그는 지점장에게 동정심을 보이는 척하면서도, 거만하게 사무실을 휘젓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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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사람.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소설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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