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빛나는 개구리는 죽었는가.
그곳은 원래 이름 없는 웅덩이였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숲의 생물들은 그곳을 '무지개 늪'이라 불렀다. 상류에 자리 잡은 거대한 회색 콘크리트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는 물이라기보다는 보석을 녹여 부은 것 같았다. 네온 핑크와 형광 보라, 그리고 기름진 에메랄드빛이 뒤섞인 수면은 태양빛을 받을 때마다 기괴할 정도로 찬란하게 일렁였다.
그 늪의 지배자는 '루시'였다. 루시는 원래 평범한 청개구리였으나, 무지개 늪의 물을 마시고 그 속에서 헤엄치며 '진화'했다. 아니, 그것은 진화가 아니라 뒤틀림이었다.
루시의 등에는 원래 없어야 할 혹들이 돋아났고, 그 혹들은 방사능의 영향으로 밤마다 은은한 인광을 내뿜었다. 다리는 다섯 개가 되었으며, 눈은 세 개가 되어 하나는 하늘을, 하나는 땅을,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오직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을 바라보았다.
루시는 자신의 기형을 '특별함'으로 받아들였다. 늪의 다른 개구리들이 독성에 중독되어 죽어갈 때, 루시는 살아남아 그 화려한 오염의 색채를 자신의 피부에 문질렀다. 루시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생존이나 종족의 번식이 아니었다. 오직 이 찬란한 무지개색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반짝이는가'였다.
루시의 하루는 수면 위에 떠다니는 비눗방울들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오염수에 포함된 계면활성제 성분이 만들어낸 그 방울들은 투명한 막 위에 온갖 화려한 색깔을 머금고 있었다. 루시는 그 방울 속에 비친 자신의 일그러진 환상에 도취했다.
"보아라, 나의 등에서 나는 이 빛을. 어떤 개구리가 이런 왕관을 가졌는가?"
루시는 목청을 높여 노래하는 법을 잊었다. 본래 개구리의 울음주머니는 암컷을 부르고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창조의 도구'였다. 안에서 밖으로 에너지를 분출하여 세상을 향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연결을 시도하는 펌프였다. 그러나 루시의 펌프는 고장 나 있었다. 루시는 소리를 내는 대신 숨을 들이마시기만 했다. 수면 위의 비눗방울이 자신의 화려함을 칭송해 주기를, 늪에 비친 그림자가 자신을 우러러봐 주기를 갈망하며 모든 에너지를 안으로만 끌어들였다.
핑크색 염료와 액체가 꿈틀대듯, 다시 개구리의 항문을 통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
루시는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았다. 배가 고프면 방사능으로 기형이 된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그 속에 든 독성 물질을 자신의 빛을 키우는 연료로 삼았다. 루시에게 '아이'란 자신의 화려함을 방해하는 군더더기일 뿐이었다. 알을 낳고 올챙이를 돌보는 일은 자신의 매끄러운 피부를 상하게 하고, 반짝이는 시간을 앗아가는 저급한 노동으로 치부되었다.
루시는 늪가에 앉아 오염된 거품을 몸에 바르고 또 발랐다. 피부는 점점 얇아졌고 속살이 비칠 정도로 투명해졌지만, 루시는 그것이 자신의 내면이 빛나는 증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투명함 속에서 썩어가고 있는 장기와 뒤틀린 뼈, 즉 루시의 '그림자(Shadow)'는 지하실의 오물처럼 방치되어 있었다. 루시는 자신의 등에 돋아난 혹에서 고름이 흘러나올 때마다 그 위에 더 화려한 색깔의 비눗물을 덧칠했다. 고통스러운 진실은 비눗방울의 화려함 속에 매몰되었다.
...
빛을 내는 벌레들..
또 다음 벌레는 무엇이지 ? 보고 있기만 하다.
...
그의 눈은 파르르 떨렸다.
같은 시각, 무지개 늪에서 멀리 떨어진 숲의 반대편 '맑은 샘'에는 '그루'라는 개구리가 살고 있었다. 그루는 화려하지 않았다. 칙칙한 갈색과 얼룩덜룩한 녹색 피부를 가진 그루는 이끼 낀 바위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평범했다.
그루의 삶은 루시의 것과 정반대였다. 그루는 자신을 전시하지 않았다. 대신 그루는 매일 밤 목이 터져라 울었다. 그것은 안에서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에너지였다. 그 노래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숲의 습도와 바람의 방향을 읽어내는 정직한 파동이었다. 그루는 자신의 배고픔과 두려움, 그리고 짝을 찾고 싶은 간절한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루에게는 비눗방울 속에 가둘 '멋진 사진' 같은 것은 없었으나, 대신 진흙 바닥에서 힘차게 발을 구르는 '삶의 노고'가 있었다.
그루는 때로 천적에게 쫓기기도 하고, 가뭄에 피부가 바짝 마르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루는 그 어둠과 고통을 피하지 않았다. 그것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진흙 속에 몸을 섞으며 내면의 단단함을 길렀다. 그루의 에너지는 밖으로 흘러 암컷을 불렀고, 수천 개의 알을 낳게 했으며, 그 올챙이들이 숲의 생태계를 이루게 했다. 그루는 소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있을 줄 알았기에, 정적 속에서도 그루의 내면은 풍요로운 생명력으로 고동치고 있었다.
세월이라는 바람은 공평하게 불어왔다. 무지개 늪의 상류 공장이 폐쇄되자, 더 이상 찬란한 오염수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수면을 덮고 있던 화려한 네온빛 기름막이 걷히고, 루시를 유혹하던 비눗방울들도 하나둘 터져 사라졌다. 늪은 그저 거무죽죽하고 악취 나는 고인 물로 돌아갔다.
루시는 경악했다. 자신의 화려함을 비춰주던 '인정의 거울'들이 사라지자, 루시에게 남은 것은 비참한 현실뿐이었다. 방사능에 절어 비대해진 혹들은 이제 무거운 짐이 되어 루시의 등을 짓눌렀다. 다섯 번째 다리는 쓸모없이 축 처져 헤엄치는 것조차 방해했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더 이상 아무도 루시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루시는 늪가에 앉아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려 애썼다. 그러나 화장이 지워진 수면 위에는 낯설고 흉측한 노인 개구리 한 마리가 있을 뿐이었다. 피부는 탄력을 잃어 축 늘어졌고, 인광을 내뿜던 혹들은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루시는 일생을 바쳐 '외부의 팬던트'를 모으고 자신을 가꿨지만, 그 결과물은 '불구가 된 육체'였다.
루시에게는 이어갈 생명이 없었다. 루시의 에너지가 오직 자신의 외면을 치장하는 데만 쓰이는 동안, 루시의 정체성을 이어받을 올챙이들은 단 한 마리도 태어나지 않았다. 루시는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를 기억해 줄 누군가를 간절히 찾았지만, 늪에는 오직 죽음과 같은 정적만이 가득했다. 정작 자기 자신과 함께 있을 줄 몰랐던 루시. 그는 온세상을 뛰어다니며 모든 것을 누렸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반면, 숲 저편에서는 그루의 아들들이, 그리고 그 아들들의 아들들이 숲을 뒤덮는 웅장한 합창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루는 비록 늙어 흙으로 돌아갔을지라도, 그가 밖으로 쏟아냈던 에너지는 수만 마리 개구리의 생명력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루시는 마지막 힘을 다해 비눗방울 하나를 불어보려 했다. 하지만 루시의 내면 펌프는 이미 완전히 말라붙어 있었다. 루시가 내뱉은 것은 공허한 한숨뿐이었다. 달빛이 무지개 늪을 비추었을 때, 그곳에는 더 이상 반짝이는 보석은 없었다. 다만, 자신의 그림자를 외면한 채 껍데기만 쫓던 '낯선 노인 하나'가 소리 없이 늪 속으로 가라앉고 있을 뿐이었다.
스엑..
스엑...
소리도 힘도 없이
힘겨운 숨결이
흐르듯 나오고 있었다.
힘겨웠다. 숨조차시기에.
융: 내면의 어둠을 직면하지 않고 외면의 빛에만 집착한 결과, 그 그림자가 괴물 같은 모습으로 터져 나온 것이지. 에너지가 안으로만 고일 때, 영혼은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부패한다네.
세네카: 참으로 비참한 종말이구려. 루시는 화려함이라는 감옥에 스스로 갇힌 노예였네. 자신의 노고를 실제 삶의 투쟁(그루의 노래)에 쓰지 않고 허상의 전시(비눗방울)에 탕진했으니, 등불이 꺼졌을 때 마주한 고독은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네. 자네는 루시의 길을 걷겠나, 아니면 그루의 노래를 부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