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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나무.

산을 오르는 공룡 나무. (1번째 삼일)

by 김로기

지금 집으로 이사 온 지 1년이 좀 넘었다.

이사 후 가장 좋은 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엔 건물이 높지 않고, 반대편 건물과의 사이가 가까웠기 때문에

자연의 풍경보다는 사람들이나, 건물들이 주로 보였다면

지금은 산이 가장 먼저 보인다.

주방 쪽 창을 통해 보이는 작은 숲과 하늘.

사람이 다니지 않는 듯해 보이는 숲은

나무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한그루한그루 각각이 다른 나무들이 채워 놓은 숲의 형태는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려 해도 절대 알 수는 없다.

어떤 나무가 어제보다 얼마나 더 자랐는지.

하지만 그런 의식적인 날들을 잊어갈 즈음

한 번씩 숲의 변화를 눈치채곤 한다.

산의 능선을 따르던 나무들이 조금씩 크기의 변화를 주고

군데군데 연녹색 녹색 붉은색 갈색 그리고 흰색.

그런 계절에 따른 색의 변화들.

아주 조금씩 느리게 변하는 나무들과

반대로 매일 빠르게 변하는 하늘의 모습.

덕분에 단 한순간도 같은 풍경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마치 공짜로 매일 다른 그림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오늘도 저 산 능선에 녹색 공룡 한 마리가 멈춰 서있다.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고 있겠지.

그러다 보면 점점 공룡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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