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식가를 꿈꾸는 소식가의 삶. (53번째 일일)
마음은 대식가이고 싶은
그러나 위장은 소식가인 삶의 장점은
식비가 덜 든 다는 점이다.
어쨌거나 먹는 양은 한정적이고
말 그대로 생각만큼 먹지 못한다.
물론 정말 소식가라고 대표되는 사람들처럼
초콜릿과자의 부스러기 정도를 가지고
배가 부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의 소식가인 내가 생각하는
원하는 음식의 코스는 대략 이렇다.
떡볶이로 시작해 튀김, 순대, 어묵으로 끝나는
분식 코스 정도는 가뿐히 해결하고
남편과 각각 짬뽕과 짜장면에 탕수육 소 짜는 기본이 되며
치킨 한 마리를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정도다.
물론 세 가지 모두 먹을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남편도 나와 비슷한 수준의 위장을 가졌다는 것.
하지만 둘 다 마음은 대식가스러워서
주문은 넉넉하게 식사는 조촐하게 가
늘 보이는 모습이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배고플 때 장을 보면
정말 많은 음식들이 남게 된다.
남들만큼 먹지 못하니
남들처럼 장을 보면
더 많은 음식은 냉장고나 냉동실로 향하고 만다.
하지만 이런 우리에게도 물론 장점은 있다.
마음이야 어찌 되었든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의 양이 정해져 있다 보니
식비 지출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먹고자 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다른 집에 비해 장 보는 비용이나 외식비용이 현저히 낮다.
하루하루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르고 골라야 하는 아쉬움의 연속이지만
시간이 지나 한 달을 결산하다 보면
생각보다 크지 않은 지출에 흐뭇할 때가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찌 보면 식사량이
더 줄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만한 지출이 따라오는 것 같아서
소식가의 삶도 꽤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은 기분이다.
소식가의 삶을 살되
가끔은 대식가스러운 날들도 가능했으면 좋겠지만
아마도 불가능하리라 본다.
안타깝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삶에 만족하며
나는 오늘도 먹지 못할 장을 보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