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어리와 부스러기의 삶.

나는 부스러기가 좋다. (60번째 이일)

by 김로기

그래놀라의 부스러기만을 집어먹으며

오밀조밀한 크기의 덩어리 그래놀라가 남는다.

부스러기가 얼추 사라지고

반쯤 남은 봉지에서 드디어 덩어리를 집어 먹는다.

원래 목적은 덩어리 그래놀라를 아껴서 먹기 위함이었는데

막상 남겨진 덩어리를 집어먹으니

웬일인지 부스러기가 더 맛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부스러기가 더 맛있게 느껴졌던 적은 꽤 많다.

과자 맨 아래 남겨진 부스러기.

볶은 고기의 양념이 잔뜩 베인 부스러기.

치킨 밑에 깔린 튀김 부스러기.

메인은 큼지막한 덩어리들이겠지만

때로는 부스러기들이 더 입맛에 맞을 때가 있는 법이다.

살다 보면 내 삶의 메인은 무엇일까 싶은 순간이 있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그것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크기만큼이나 멀리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내내 모든 순간이 힘들지는 않다.

다행스럽게도 간간히 주어지는 부스러기들 때문이다.

어떤 작은 실패를 경험했을 때도.

그러다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을 때도.

그 순간마다 작은 부스러기들이 남곤 한다.

나는 그걸 뜻밖의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수확이 즐거울 때가 많다.

인생에서 작은 실패는 너무나도 많지만

모두 그 순간일 뿐이다.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닌 일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모든 실패를 통해 인간은 무엇인가를 얻는다.

그것을 딛고 일어설 지혜를.

그렇게 또 한발 내디뎠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어쩌면 그것들을 통해 행복을 경험하는 것 일수도 있다.

그래놀라의 부스러기처럼

내게 더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나는 부스러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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