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식탁의 부흥을 위해.

오늘도 부엌에 선다. (113번째 이일)

by 김로기

시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으시다.

된장찌개 하나를 끓이셔도

어딘가 그 깊이가 다르다.

그런데 요즘은 남편에게 종종 기분 좋은 말을 듣곤 한다.

"우리 엄마가 한 것보다 맛있는 것 같아."

물론 듣기 좋으라고 그냥 하는 말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어깨가 으쓱 해지는 건 숨길 수가 없다.

그냥 그렇게 웃어넘기려 하면

진짜라고 콕 집어 말하면서

굳이

"예전엔 아니었는데, 요즘은 진짜 그렇다"는 말을 덧붙이곤 한다.

사실 예전 내 음식 솜씨야..

나도 잘 알고 있다.

애썼지만 결과가 잘 따라주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

나뿐만이 아니라 어느 집 신혼부부의 식탁도 모두 비슷할 것이다.

그때는 아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남편들은 시어머니의 밥상이 얼마나 그리울까.

눈치껏 행동한다고 입에 맞지 않는 반찬이며 찌개까지

열심히 먹고는 있지만

그때마다 늘 비교가 되곤 했을 것이다.

대충대충 꺼내 차려도 밥 한 공기 뚝딱인 시어머니의 식탁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화려하게 차린 아내의 서툰 식탁이.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런 시어머니의 식탁과도 점점 상대가 되어가나 보다.

남편의 젓가락질에도 조금씩 힘이 실리기 시작한다.

같이 사는 햇수가 늘어가고

그러다 보니 입맛 또한 차차 맞아가는 것 일 수도 있다.

오로지 내 음식 솜씨가 늘었다기보다는

서로 간의 입맛이 맞아가고 있는 것이다.

수십 년 맞춰진 시댁에서의 입맛이

고작 십여 년 정도에 바뀌고 있다는 것이

나름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남편의 눈치와 나의 노력은 나날이 더해질 것이고

분명 시어머니의 밥상을 따라잡는 날도 오고야 말 것이다.

막상 그날이 오면

한 끼 밥상을 차리는 일이 꽤나 번거로운 일이 되어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럼에도 우리 집 식탁의 부흥을 위해 나는 오늘도 부엌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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