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체크사항.

나의 최악이 상대에게 있지는 않은지.

나는 꽤 긴 연애 끝에 결혼했다.

주변에서는 긴 연애를 하며 온갖 것들을 다 겪었을 테니

결혼해서는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애가 길다고 해서 결혼의 맛보기쯤 되리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연애는 연애.

결혼은 결혼이다.

결혼하고 초창기에는

그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맞나 싶은 순간도 꽤 있었다.

그리고 연애 때는 좋았던 점들이

결혼 후에는 단점으로 바뀐 순간도 많았다.

서로를 억압하지 않아 좋았지만

그 자유가 종종 나를 외롭게 했고.

대부분 내 뜻대로 이어진 연애는

나의 책임이 막중한 결혼생활로 이어졌다.

그렇게 갈등이 얽히고 풀어지며 시간은 쌓여갔다.

신혼의 문턱을 지나 중고신혼쯤 지날 무렵이 되자

결혼 생활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들이 생겼다.

고작 십여 년 정도의 결혼생활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어떠한 조언을 한다는 것은 아직 섣부르지만

그럼에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서로가 가장 싫어하는 한 가지는 피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연애를 시작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내가 좋아하는 열에 아홉이

두 사람 사이에 일치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것들을 곱씹게 되고 그래서 설레고 좋았던 것 같다.

그런 두근거림으로 연애를 이어나갔다면

결혼을 결심할 때는

내가 죽어도 참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보고

상대에게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판단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공감해주지 못하는 것이 서운하다가도

금세 다른 무엇인가를 함께 나누며 즐거워하곤 했다.

그러나 내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상대가 거듭 반복하고 있다면

과연 그때마다 나는 어떤 감정이 들까.

이 부분은 직접 경험한 적은 없지만

주변 사람의 입을 빌려

그들의 남편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될 때

"아 도저히 그건 안 되겠다." 싶은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아무리 다른 아홉 가지의 장점이

나를 반하게 한들

오래도록 불행할 일이었다.

그리고 그 하나가 영원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파탄의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내가 상대를 내 입맛에 맞게 바꿔서 살아보겠다는 것은

나의 욕심이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결혼에 대해 물어올 때면

그 부분에 대해 꼭 이야기하곤 한다.

싫어하는 한 가지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좋아하는 부분은 살다 보면 맞춰지기도 하고

굳이 맞춰지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는데 크게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싫어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다치게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결혼을 고민한다면 진심으로 조언해 본다.

나의 최악이 상대에게 있지는 않은지 자세히 살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