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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뒤에 숨은 권태.

위험한 선택의 기로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by 김로기

오랫동안 지속되던 시간들이 어느 순간 권태롭다 느껴질 즈음

그 시간들을 제외한 모든 것들에 설레는 듯한 착각을 하곤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설렘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그 설렘은 색다른 자극으로 우리를 일깨우곤 하지만

가끔씩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만들기도 한다.

설렘 뒤에 따라오는 또 다른 권태까지는 전혀 알지 못한 채로 말이다.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기연애 커플과

결혼 연차가 꽤나 쌓인 부부들을 보며

우리는 부러운 듯한 눈길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그들도 겉으로 보이는 안정적인 모습과는 달리

늘 익숙함과 지루함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을 뿐이다.

관계가 지속될수록

더는 그 관계 속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하기 힘들어지고

익숙함이 길어지면 그 시간들은 금세 지루함으로 변하고 만다.

더 이상 새로운 자극으로 관계를 이어나가기 힘들어질 때.

끝내 이별을 고하거나

위험하게는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설렘 뒤에 따라오는 또 다른 권태까지는 까마득히 알지 못한 채로.

잠시의 설렘이 영원할 것이라는 허황된 착각만이 가득한 채로.

앞이 뻔히 보이는 후회스러운 선택을 하고야 만다.

설렘이 점이라면 권태는 선에 가깝다.

점들이 쌓여 일정한 궤도의 선을 이루듯이

설렘이 쌓이면 곧 권태가 된다.

누군가가 익숙함과 지루함의 경계에서

새로운 자극을 찾기 위한 위험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

모든 설렘 뒤에는 반드시 권태가 뒤 따른다는 것을 기억하자.

한순간 찍어버린 점 하나가 모든 걸 망쳐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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