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마음과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때로는 몰라서 화가 나는 것들이 있다.
직장에서는 나만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집에서는 나만 온갖 신경을 쓰는 느낌이 들 때.
정말 억울하다.
직장도, 집에서도
나 혼자가 아니다.
이토록 일을 하지 않을 거였다면 그냥 잘렸으면 싶기도 하고
이렇게 혼자 감당할 줄 알았다면 결혼은 왜 했나 싶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짊어진 무게가 남들에 비해 과하다고 여겨질 때
억울한 감정이 들곤 한다.
그리고 그 억울함은 이내 분노로 거듭난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아무리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지언정
대부분이 그런 일은 없다는 점이다.
인간이라면 모든 상황에서
내가 기준이 된다.
내가 처리한 일.
내가 신경 썼던 일.
그래서 느껴졌었던 나의 감정.
하지만 타인의 기준에서는
나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다.
고로 타인의 입장에서도
마치 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점을 모르고 각자의 감정만을 내세우다가는
모두가 분노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하지 않았음에도 무언가 정리되어 있는 것들이 있고
내가 쉬고 있을 때 누군가는 일을 하고 있었다.
꽤나 오래도록 복사용지를 갈아 끼우지 않았음에도
문제없이 인쇄가 되고 있었고
매일 같이 사용하는 탕비실의 정수기도 늘 깨끗이 닦아져 있었다.
그리고 건조기의 먼지는 어느샌가 비워져 있었고
현관 앞의 택배박스는 늘 정리되어 있었다.
이렇게 잘 찾아보면 그동안 내가 눈치채지 못한 일들이 은근히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알아채지 못해서 화가 났던 것뿐이다.
나는 나의 행동만 기억하고 되새기고 있었다.
그동안 몰라서 화가 났다.
타인의 마음과 행동을 눈치채지 못해 화가 났다.
내가 나의 행동을 되새기기 전에
조금만 둘러보면 누구라도 금세 알아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