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있는 남편을 향한 마음.
며칠 만에 남편이 소파에 등을 대고 눕는다.
그리고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주방으로 향한다.
하지만 여전히 내 눈은 남편에게로 향해있다.
좁쌀만한 마음을 들키기라도 할까 눈알만 굴리다 보니
눈동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쉬고 있는 남편을 매섭게 향해 있다.
전업주부의 삶이란 자연스럽게 집안일의 비중을 조금 더 떠맡기 마련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집도 많지만
우리 집에서 나의 입장은 그러하다.
상대적으로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고
남편이 경제적인 부분에서 가족에게 기여하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기여라고 생각해 왔다.
남편이 없는 평일에는 집안을 정리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최대한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두려 애쓰고
그것이 나도 싫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주말이다.
물론 같이 쉬는 날에는 같이 움직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평일의 일과를 온종일 집안일을 하며 보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돌볼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평일의 나의 쉬는 시간쯤이야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그러니 주말에 몇 시간쯤은 밀린 잠을 몰아 잘 수 있게 해주고 싶다가도
이상하게 마음이 삐뚤어지곤 한다.
정확히 주말 한정 드는 마음이다.
피곤한지 눈을 껌뻑이며 졸고 있는 남편을 보며
어서 좀 자두라고 말하면서도
내심 달려오기를 바라나 보다.
나의 작은 힘듦도 알아달라는 마음일까.
그런 얄팍하고도 좁아터진 마음이 나라고 편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쉽게 버려지지 않는 마음이기에 종종 불편해진다.
오히려 나 혼자일 때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같이 있을 때만 그런 마음이 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저 남편이 조금이라도 쉬기를 바라던 마음은 나의 위선이었을까.
나는 나 스스로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사람인 것일까.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가도 주말이 오면 다 없던 일이 되어버린다.
그때가 되면 남편이 또 얄미워지는 순간이 오고야 말 것이다.
나도 모르는 내 진심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