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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쓰다듬었더니 오히려 화를 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모두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by 김로기

나는 종종 애정의 표현으로 남편의 머리를 쓰다듬곤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남편은 신경질적으로 내 손을 피할 때가 많다.

그때마다 멋쩍은 손을 감추며 돌아서다가도

얼마 안 가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고

종종 남편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그러면 또다시 남편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그럴 때면 내심 서운한 마음에 감정이 상한다.

내 딴에는 세상 가장 따뜻한 손길로

가장 아끼는 사람을 어루만지듯 쓰다듬어 준 것뿐인데

남편은 마치 개를 쓰다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나쁘다고 한다.

그때마다 나는 왜 굳이 그렇게 생각하냐고 따져 물으며

이렇게 아낌없이 표현해 주는 아내가 또 어디 있냐고 버럭 하곤 한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 자체는

내가 느꼈을 때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행위이지

남편의 입장에서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리라는 법은 없었다.

내가 느끼는 표현들이

남편에게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기분이 다를 수 있고

그에게 좋은 감정으로 느껴지는 행동이 아니라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뿐이었다.

사실 거기에 따른 이유를 물을 필요도

나와는 다름에 서운해 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내 기준에서 남편을 향해 표현한 것들은

어쩌면 남편 입장에서는 조금 폭력적일 수도 있는 것 들이었다.

아무리 애정을 가득 담아 표현한 것들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그렇게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면

그것은 더 이상 애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남편의 기분만 상하게 만들고 있었을 뿐이다.

상대에게 나의 좋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고

그 마음을 담아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상대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러니 상대의 반응에 귀를 잘 기울이고

정 모르겠다면 직접 물어도 좋다.

그것이

상대가 굳이 원하지 않는

정확히 말하자면

나만 원하는 것을 베풀고 서로가 기분이 상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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