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번째 고백

나도 네게 그런 사람으로 남겨지면 좋겠다.

by 김로기

아가.

너를 만나고

너무너무 귀하고

행복한 시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오롯이 나 혼자만을 감당하며 살아오던 몸이

너라는 작은 아이를 하나 키워오기까지

힘든 날도 여럿 있었단다.

초반에는 무엇보다 입덧이 그렇게도 힘들더니

이제는 사람들이 입덧의 고통을

막달의 힘듦과 비교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아.

소화가 안 되거나

속이 쓰리거나

허리와 골반이 아파서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어.

모든 게

네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준비를

슬슬 하고 있다는 말이 되겠지.

그런데 너의 애씀을 알아가고

스스로를 토닥이고 있다가도

이상하게 나의 엄마.

곧 너의 외할머니 앞에서는

나도 투정이 심해지는 것 같아.

오늘은 이래서 힘들었고

어제는 그래서 힘들었다고.

마치 어리광을 부리듯

한참을 늘어놓다 보면

네게는 미안하지만

너희 외할머니는

너보다는 내편을 먼저 들어주곤 했었어.

내 딸 그만 힘들게 하면 좋겠다는 표정과 말투로 말이야.

막상 그런 표정과 말들을 들을 때면

결국 나도 네 편을 들게 되고 말이야.

매번 비슷한 결말을 맺지만

나는 또 어리광 같은 말들을 늘어놓게 되는 것 같아.

참 아이러니 하지.

그런데 그게 바로 엄마라는 존재인 것 같아.

나이 든 자식의 어리광에도

늘 편이 돼주는 사람이.

나도 네게 그런 사람으로 남겨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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