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반려닭. (12번째 이일)
시골 아버님댁에 가면
닭 두 마리가 있다.
아니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산 짐승이 내려와 두 마리를 데려갔다고 하셨다.
한 마리는 미처 데려가지 못하고 닭장 근처에 버려두고 갔다고.
그저 무덤덤하게 말씀하셨다.
닭들은 집 안이 아닌
담장 밖 울타리에 있어서
밥을 줄 때마다 문을 열고 나가곤 했다.
덕분에 식사 후 남긴 음식들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어 좋았다.
그뿐이었다.
반려 닭의 느낌이 아니라
그냥 남은 음식을 처리해주는 가축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매일을 그곳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존재로 여기지 않았었는데
아버님은 아니셨던 것 같다.
내색은 잘하지 않으셨지만
헛헛함이 있으셨던 것 같다.
가족들과 떨어져서 홀로 농사지으며 사셨는데
매일을 사료며 밥이며 챙겨주며 지내셔 온 사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정이 쌓이신 모양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던 닭이었는데
유난히 조용했다.
이래서 강아지도 함부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시골에서야 흔히 있는 일이지만
막상 당사자들에게는 마음속 어딘가 흔적을 남겼나 보다.
다시 닭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님은 울타리를 손 보실 계획이셨다.
지금보다 더 튼튼하게.
어느 짐승의 손길에도 닭들이 다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