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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기 Oct 17. 2024

적당한 피해자로 사는 삶.

결국엔 핑계. (12번째 삼일)

적당한 피해자로 사는 것이 편했던 이유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내게

핑계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탓할 사람이 필요했고

그 결과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날들에 이유를 만들었던 것이다.

나 자신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으로 만들고

결국 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겉으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니었기에

언제까지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지속할 수 있는 핑계였다.

하지만 그게 내가 만들어낸 생각이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미래의 나였다.

나는 나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나의 날들에게 미안해 해야 할까.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그렇다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떻게 사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인지.

밀도 있는 삶을 꿈꿨지만

꿈은 꿈이었던 모양이다.

한 발짝 떨어져 보면 누구나 비슷한 삶이겠지만

이마저도 급급한 자기 합리화로 보이니

오늘은 그런 날인 것 같다.

어른들이 말하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그 말이

위로가 되긴 하지만 잠시 뿐이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될까. 

밀도 있는 삶은 고사하고

미래의 나에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한 날들을 만드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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