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는 온통 잿빛 하늘과 잿빛 땅이 구분할 수 없게끔
한데 엉겨 있는 황야만 보인다.
다시금 어둠속에 있을 때면,
그레고르는 등허리의 상처가 처음처럼 아파왔다.
다가오는 봄의 표시인 듯,
거센비가 유리창을 때리고 있었다.
어찌하여 그레고르만은 조금 지각만해도 형편없이 큰 혐의를 받는 회사에 고용되어 일하도록 그 운명이 정해졌단 말인가?
아침 시간 몇 시간을 장사를 위해 남김없이 쓰지 못했다 하여 양심의 가책으로 얼이 빠져 침대를 떠날 수도 없을 지경이 된 충직한 인간은 하나도 없단 말인가?
아침에 문들이 잠겨 있었을 때는 모두가 그의 방으로 들어오려 하더니,
이제 그가 문 하나를 열어놓았고 다른 문들은 분명히
낮 동안 열어놓았을 지금에 와서는 아무도 더 오지 않으며
열쇠도 이제는 밖에서 꽂혀 있었다.
이 얼마나 고요한 생활을 식구들은 영위하고 있는가
그런데 지금 모든 고요, 모든 유복함, 모든 만족이
졸지에 충격으로 끝나버린다면 어떨까?
이것이 인생이로구나. 이것이 내 옛시절의 평화로구나!
시계탑의 시계가 새벽 세시를 칠 때까지
그는 이런 팅 비고 평화로운 숙고의 상태였다.
온 몸이 아프기는 했으나, 고통이 점점 약해져 가다가
마침내 아주 없어져 버리는 것 같았다.
감동과 사랑으로써 식구들을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