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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Aug 25. 2016

그대의 죽음을 체험할 때, 프란츠 카프카 <변신>

창 밖에는 온통 잿빛 하늘과 잿빛 땅이 구분할 수 없게끔
한데 엉겨 있는 황야만 보인다.

다시금 어둠속에 있을 때면,
그레고르는 등허리의 상처가 처음처럼 아파왔다.

다가오는 봄의 표시인 듯,
거센비가 유리창을 때리고 있었다.




# 짙은 아침 안개....
그레고르 잠자의 시선은 창문을 향했는데 흐린 날씨가-빗방울이 함석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를 아주 우울하게 만들었다. 좁은 길의 건너편조차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아침 안개가 끼어 있었고 그것을 바라봄으로써 확신이나 쾌활함을 얻어내기는 어려웠다.

날이 훨씬 밝아져 길 건너편에는 마주 서서 끝없이 이어진 회색건물의 한 부분이 뚜렷하게 보였는데, 그 전면을 엄격하게 꿰뚫고 규칙적으로 창문이 나 있었다. 비가 아직 내리고 있었는데 하나하나 눈에 보이게 굵은 방울이 그야말로 하나하나씩 땅으로 떨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어찌하여 그레고르만은 조금 지각만해도 형편없이 큰 혐의를 받는 회사에 고용되어 일하도록 그 운명이 정해졌단 말인가?
아침 시간 몇 시간을 장사를 위해 남김없이 쓰지 못했다 하여 양심의 가책으로 얼이 빠져 침대를 떠날 수도 없을 지경이 된 충직한 인간은 하나도 없단 말인가?



# 직업상의 긴장...
그는 외판사원으로 5년 동안 일해오면서 한번도 아프지 않았다.  직업상의 긴장, 여행의 고달픔, 기차 걱정, 나쁜 식사, 정들지 못하는 인간관계, 부모 빚, 언제나 편하게 잠들지 못한다. 늘상 여행을 하다보니 조심성이 몸에 배어 집에서도 자기 방문을 걸어 잠근다. 여행이 힘들기는 해도 여행하지 않고는 먹고 살지 못한다.

그 일을 꼭 해내면, 자신 인생의 전기가 이루어 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어나야 한다. 기차가 다섯시에 떠나니까... 자명종 시계는 여섯시 반, 시계 바늘은 반을 지나 벌써 사십오분에 가까이 가고 있었다. 마침 시계가 여섯시 사십오분을 쳤다. 벌써 일곱신데 아직도 저렇게 안개가 끼어 있다니 숨을 약하게 쉬며 고요히 누워 있었다.  일곱시 십오분이 되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침대를 완전히 떠나야 한다. 오 분 안에 일곱시 십오분이 될 터였던 것이다.


아침에 문들이 잠겨 있었을 때는 모두가 그의 방으로 들어오려 하더니,
이제 그가 문 하나를 열어놓았고 다른 문들은 분명히
낮 동안 열어놓았을 지금에 와서는 아무도 더 오지 않으며
열쇠도 이제는 밖에서 꽂혀 있었다.



# 불안한 꿈, 현실...
그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때, 이건 꿈이 아니었다. 지금 상태는 심한 감기고 직업병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한 공상들이 점차 어떻게 풀려갈는지 자못 흥미러웠다. (정말 도와달라고 소리칠 것인가?)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을망정 그 생각을 하니 그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가벼운 고통은 단순한 착각이었다. 초인종 소리가 났다. 그는 몸이 다 굳어지는데 그의 작은 다리들은 오히려 그만큼 더 분주하게 버둥거렸다.

그는 계속 이런 식으로 앞으로 가기가 겁이 났다. 차라리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어젯저녁에 벌써 약간 이상한 예감이 들긴 했지만 누가 저를 눈여겨 봤더라면 눈치챘으리라... 이젠 의사건 열쇠쟁이건 정확히 구분도 하지 않은 채, 굉장하고 놀라운 일을 해내 주기를 바랐다. 그레고르는 있는 힘을 다 내어 죽어라하고 정신없이 열쇠를 꽉 물었다. 열쇠를 움직였다. 그러다 틀림없이 어떤 상처를 입은 것 같은데 그 점에는 주의를 기울이지도 못했다.


이 얼마나 고요한 생활을 식구들은 영위하고 있는가
그런데 지금 모든 고요, 모든 유복함, 모든 만족이
졸지에 충격으로 끝나버린다면 어떨까?



# 아무 죄 없는 식구....
어머니는 치마 한가운데 힘없이 쓰러졌고, 아버지는 그 육중한 가슴을 들먹이며 울었다. 그의 애매한 태도야말로 다른 사람들을 마음 졸이게 하고 또 그들의 처신의 허물을 합리화해 주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해결책이라 듯, 세찬 발길질을 하여, 그는 피를 몹시 흘리며 자기 방으로 멀리 날아 들어갔다. 드디어 사방이 조용해졌다.

그레고르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새로이 꾸려가야 할 것인가를 방해받지 않고 생각해 볼 긴 시간을 갖게 되었다. 불분명한 희망에 잠기기도 했다. 식구들이 자신을 견딜수 있도록 인내하기로 결론 짓는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이 식구들이 돈을 벌어야 될 필연성이 미치면, 그는 소파 밑으로 몸을 던졌다.

텅 빈 네 벽 가운데 그레고르 혼자만 달랑 남아 있다. 그들의 존재마저도 그는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다. 자책과 걱정으로 마음 졸이며 그는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일격, 뒤이어 날아온 것은 그레고르의 등에 호되게 들어가 박혔다. 그의 목숨은 '식구'라는 사실이 상기 시켜준 보존이었다.

이것이 인생이로구나. 이것이 내 옛시절의 평화로구나!

시계탑의 시계가 새벽 세시를 칠 때까지
그는 이런 팅 비고 평화로운 숙고의 상태였다.

온 몸이 아프기는 했으나, 고통이 점점 약해져 가다가
마침내 아주 없어져 버리는 것 같았다.
감동과 사랑으로써 식구들을 회상했다.


                                       




<마무리>


없어져 버려야 한다는 데 대한 본인의 생각이 더 단호했다. 기대도 상상도 충동도 드러났다 사라졌다. 불행한 일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아니다. 언젠가 그레고르가 겪고 있는 것과 거의 흡사한 일을 겪을테다.

현실은 그렇게도 강요한다. 무엇을 해야만 하도록 만든다. 자기는 가족을 저버릴 생각은 조금도 해보지 않았다. 그들로부터 인내하려했는데 그 생각은 나머지 식구도 마찮가지였다. 그 상태에서 벗어나려  그토록 바랐는데, 그것 또한 모두의 바람이었다.

모두가 그러했다면 공평해졌어야 할까. 아버지는 자신의 장부를 그레고르에게 밝혀야 했고 그의 족쇄를 풀어줬어야 했다. 그가 매말라 갔을 동안 그들은 한편으로 안심하고 살지 않았나.

넓은 의미로 이 사회도 마찮가지가 아닐까. 나에게 족쇄를 채우고 안심할만한 구조는 어디일까를 생각하면 쿤데라가 말한 첫사랑인가. <그대가 그대의 죽음을 체험할 때 그리고 밤에 그대는 거부할 것이다. 그대의 방패인 사랑을.....>

뿌리내린 이 육신,  이 공간, 이 땅과 하늘 사이, 별들 아래에서 부족할것 없는 삶의 영속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부족한 것 투성이다. 누군가의 족쇄로 거짓된 펑화속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카프카 변신은 '괴물아 너는 누구니?' 라고 묻고 자신은 깊이 잠든다.... 그가 본 세상은 다시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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