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에 흐르는 바람무늬
대형 시계의 진자처럼, 움직이는 집.... 요람 같은 집.... 사막의 배....
그리고 그런 배들이 모여 형성된 쉬지 않고 움직이는 집, 마을, 도시....
이곳은 이미 모래에 침식되어 일상적인 약속 따위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특별한 세계....
타인을, 칠판 위의 분필 자국처럼 깨끗하게 지워버릴 수 있다고 믿는 세계.....
나만 문제가 아니야. 당신도, 마찬가지 피해자가 아니냐고! (중략) 노예 취급을 받으면서 그렇게 대변자 같은 얼굴 하지 말라고!..... 아무도 당신을 여기에다 가두어놓을 권리는 없어!.... 그러니까, 빨리 불러! 여기서 나가자고! p63
벽 너머로 들려오는 부삽 소리....
여자의 숨소리....
삼태기를 나르는 남자들의 구령 소리....
바람 소리에 섞여 웅웅거리는 삼륜차 소리....
멀리서 개 짖는 소리...
이곳은 낮보다 밤이 오히려 생기발랄하다.
바람이 불고 강이 흐르고 바다가 넘실거리는 한, 모래는 토양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어 다닐 것이다. 모래는 절대 쉬지 않는다.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지표를 덮고 멸망시킨다... p19
밖으로 나가 봐야, 딱히 할 일도 없고....
볼일도 없는데 나다녀봐야, 피로하기만 할 뿐이니까요....
걸어봤어요....정말이지, 끔찍하도록 걸었어요....
이곳에 올 때까지.....애를 안고, 오래오래....
이제, 걷는 데는 지쳤어요.....
인간은 다른 세계를 꿈꾸느라 바로 여기가 다른 세계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절대적 모순을 사는, 그리하여 늘 몸부림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p241 (옮긴이 김난주)
불현듯, 새벽빛 슬픔이 북받친다.....서로 상처를 핥아주는 것도 좋겠지.
그러나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를 영원히 핥고만 있는다면, 끝내 혓바닥이 마모되어 버리지 않을까?납득이 안 갔어....어차피 인생이란 거 일일이 납득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