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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Mar 16. 2024

다시 읽는 <노인과 바다>

그 미끼로 낚은 것은 무엇일까?



우리를 통째로

생의 통로에 들이운다


운이 없었을 뿐

행운의 그날을 맞이하려 한다.

행운을 제때 잡을 준비....  

고통스럽더라도 눈이 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길 잃은 놈 잡기

즐기듯 잡아먹기

떠밀려온 것들은 펑하고 밟힌다.

독은 빨리 퍼진다.

도살한 후 심장은 몇 시간 동안이나 뛴다.


그들과 같은 손과 발....

불쾌한 맛

신을 모욕한다.


그가 낚은 것은 커다란 지옥이다.

그 지옥을 갈기갈기 찢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신이 만든 가장 커다란 지옥.....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그것'을 가지고 돌아온 그가 가장 위대할 뿐이다.


떠나면서 큰소리로 말하라 한다.

노래를 부르라 한다.

미래는 그에게서 평생 간직할 훌륭한 생존의 요령과 의지를 배우는 것이다.


지옥을 건져와 분해하고 희망을 나눈다.

우리는 그 한 권의 책으로 행복과 불행을 공평히 나누고 있다.

지옥의 살점을 우리가 모두 뜯어먹은 것이다.



이제는 공평해졌는가...








그의 모든 것은 늙어 있었다.
지금은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할 때였다.
그는 '그것'을 위해 태어났으니까.



산티아고 그가 떠올리는 것들
바다에서의 기억, 몽둥이로 놈을 때릴 때, 달콤한 피 냄새, 갈고리와 작살이 불러오는 유혹, 아내의 유품들, 지어낸 이야기, 외로움, 살아있는 흔적, 신문, 맨발, 나이, 땅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 해변의 사자들, 새벽달, 사라질 것들, 하루 동안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것, 어둠이 가시지 않은 밖, 큰 우물, 먹이, 소년을 좋아하듯 사자들을 사랑했다.


그는 새들을 불쌍히 여겼는데 특히 작고 가냘픈 검은 제비갈매기가 그랬다. 갈매기들은 늘 날면서 먹이를 찾아다니지만 거의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새들이 인간들보다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참치는 탄환 모양의 다부진 몸뚱이를 가지고 있었다. 노인은 참치의 머리 부분을 가볍게 한 대 때렸다. 발로 파닥거리는 참치를 그늘 밑을 향해 차 넣었다.



하늘에서 첫 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별을 보았고

곧 모든 별들이 나올 것이란 것을 알았다.

해나 달이나 별을 우리가 죽일 필요가 없다.


그저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고
그 바다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나의 진정한 형제를 죽이는 것만으로 충분해
고기를 죽인 건 죄인 지도 몰라.
나를 살린다 해도
다른 사람들을 먹인다 해도
그건 분명 죄야.
그럼 모든 사람들이 다 죄인이야!


멕시코 만의 검은 물만큼

훌륭한 치료제가 또 없지.


희망은 거의 없었지만....
희망을 버린다는 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야.
어리석은 걸 넘어서 그건 죄악이야
죄에 대해서는 더 깊게 생각하지 말자.





노인과 바다 (영화 속 장면)




난 내가 죽을 때까지

너와 함께 있을 거야


'그것'이 미끼를 충분히 먹기를 기다렸다.

작살로 내려칠 순간을 노렸다.

끝장내기를 이 세상에 남은 길 잃은 지옥 끝을 산산이 부서뜨릴 준비를 마친 사람이었다.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 또 미래에 희망을 둘 것이다.  

또.... 그것이 깊이 잠수하고 죽어버려도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해야만 한다.


그 의미가 무엇일까? 

한 번도 보지 못한 그것의 실체를 우리는 알고 있는가?


생존했던 그 실체는 계속해서 싸워왔다.

어떤 계획을 짜고 필사적이다.

한 세기를 영원히 끌지 못할 어리석은 실체다.

다시 증명할 때마다 그럴 때마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 속의 짐승

떼로 몰려올지도 모를 인간

다시 태어날 인간.....


앞으로 뭘 할지 모르니 신에게 빌 건 하나뿐이다.

한 점의 먼지로 깨끗이 지우는 것

모두가 잠을 자면 꿈을 꿀 텐데.....


우리가 먹어둔 지옥의 살점을 잊는다면

우리 손에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는 모든 사람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그곳까지 찾아간다

이런 계략을 꾸미고 말았다.

살아있는 손이 되어.....







겁을 먹게 된단다.
양키스팀을 믿어야 해.
그 위대한 디마지오 선수를 떠올려봐라.




속도를 늦추는 것

한 세기가 무거워지고

많은 줄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얼마나 외로운지 깨달았을 누군가는 혼자라는 사실에 두려워한다.

해안에서는 태풍의 징조를 찾을 수 없다.

고통의 단계를 넘어서 우리는 무감각해진다.

한 세기가 빨라지고 있다.

분노는 어디로 갈까.....


바다가 노란 담요를 덮고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물어 가는 노을에 황금빛으로 빛났다.

그 황금빛 후려쳤고 잠잠해진다.


잡아야 할 그놈은 여태까지 없었던 굉장한 속력을 낼 테고 우리의 고통은 연장된다.

우리는 다시 또 그 살 점을 뜯어먹고 기운을 차릴지도 모른다.

형벌은 아무것도 아니다.

맞서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뜯어먹는 전쟁

우리의 살점을 뜯어먹는

그 고단한 전쟁을 마치고

가벼워진 한 세기를 마치고


소금이 생겨나도록....

구역질 나지 않도록....

숫돌을 챙겨라.

잠잠해진 때가 기회다. 



일을 하려면 연필이 필요할 거야.
오른손은 그런 형벌에 익숙해졌어.
굳은살에 닿도록 덜 베이지 않도록.....




두려움 없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싸움을 시작했다


이런 고통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라.
그는 그 살점을 먹어 힘을 얻어 글을 썼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먹어치우고 썼다.


그의 줄은 여기에 지금 우리에게 닿아있다.

이 줄이 끊어지지도 않도록 단단히 그의 손에 어깨에 둘러져 있다.

그는 힘껏 잡고 있다.


우리가 멀리 가든 뛰어오르든 단단히 붙잡고 있다.

오래전에 이미 준비해 두었던 작살.....

이번에 끝장낼 수 있기를.....

나를 위해 견뎌라.

(바로 지금이야!)

누가 죽고 죽이든 상관하지 않겠다면.....

정신이 흐릿해진 것이다.

정신을 맑게 유지하라.

어떻게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고기답게.....


그는 너무 멀리 온 것을 미안해한다.

(마놀린처럼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

그는 우리에게 괜찮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자신도 그러했다고 말한다.

잠든 자들은 방향을 잃지 않고 빈 배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우리도 그들처럼 끌고 가야 한다.

나의 마놀린을 위하여....



나의 오독의 시간

노인과 바다 

어찌하지 못하는 일들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몸에 밴 피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

쉽게 잊히는 것이 아니다.

고통이 베인 것들

뇌의 여러 부위에 각인되어

시시때때로 불려 온다.




더 이상 줄을 당길 수 없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눈이 멀지 않도록....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오늘이 가기 전에 희망이 버려질 테다..




고기잡이는 나를 살아있게 하지만

또 그만큼 날 죽이지.
하지만 그 아이는 날 살아있게 해.


날은 날카로워야 해.
날카롭게 담금질을 하지 않으면 금방 부러져버릴 거야.


다시는 더 이상 싸우는 일이 없길 바래.
정말로 싸우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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