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에게
당신을 알고 나서부터
당신과 가까이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당신이 가까이 없으면
얼마나 쓸쓸한지 몰라요.
내가 꿈꾸는 단 한 가지 꿈은...
내 말을 믿어요.
오직 당신이 가까이 있는 것들뿐
다른 건 없어요.
봄이 되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하죠?
여기 겨울이 길어요.
아주 길고 단조롭죠.
글쎄, 언젠가는 봄이 오고 여름도 올 테니 그 모든 게 나름의 때가 있는 법이겠죠.
이틀조차 아무리 화창한 날이더라도 간간이 눈이 내리곤 해요.
위협하고 추방하려는 자 누구인가?
K의 신분을 인정해 줬다고 해서
그를 지속적으로 공포 속에 붙잡아 둘 순 없다고나 할까.
밝고 경쾌한 종소리가 울려왔다.
그 종소리는 마치 아련히 갈망하던 것을 실현하겠다고 위협하는 듯도 했다.
그 울림이 그만큼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 커다란 종소리는 곧 울림을 멈추고서 약하고 단조로운 작은 종소리에 자리를 내주었다.
작은 종소리는 성에서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을에서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멀리 떨어져 닿을 수 없는 그의 존재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그의 거처 아마도 K가 아직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외침에나 중단될 것 같은 (그의 침묵)
결코 입증할 수도 반박할 수도 없는 내리꽂는 듯한 (그의 시선)
그가 저 위에서 불가해한 법칙에 따라 그리고 있는 그래서 K가 있는 낮은 곳에서는 결코 파괴할 수 없고 단지 순간적으로만 볼 수 있는 (그의 권역)을 떠올려 보았다.
아직 질문이 있어요.
당신은 그 얘기를 알고 싶은가요?
당신은 우리 일에 휘말려 들게 될 거예요.
(아무런 죄도 없이.)
K의 은밀한 의도는 무엇인가?
(그것은...)
지금 떠나야 할 시간이 다 되었어요.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는지 아는 건가요?
모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일.
우리는 승리자로 남을 것이다.
당신에게
당신에겐 감당할 수 없는 힘들이 작용하고 있어.
적어도 그것에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
나는 당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이야.
당신이 보기에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짜증스러운 일이나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사람일 테지.
우리는 각자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다가 만났고, 서로를 알게 된 이후로 우리 각자의 인생에 전혀 새로운 게 들어서기도 했어.
당신의 눈길이 향하는 방향에 적당한 사람들이 배치되기만 하면 예전에 삶(실제적인 현재의 삶)이라는 착각에 빠졌지.
우리의 최종적인 결합을 가로막는 마지막 어려움이지만 무시해도 될 만한 어려움에 불과해.
나는 언제나 자유롭고 싶은 사람...
(해가 짧구나, 해가 짧아.)
K가 몽상을 즐기고, 몽상이 K를 가지고 노는 동안....
먼 미래, 물론 거의 상상할 수도 없이 아득히 먼 미래에는 모든 사람들이 능가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난다.
-프란츠 카프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