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매년 어린이날이면 커다랗고 높아 보이는 담벼락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해주던 아빠의 회사. 어린이날을 맞은 꼬마들을 위해 그날 하루, 사내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놀이공원처럼 변했고 곳곳에서 여러 행사와 게임이 진행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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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는 아빠의 모습은 거의 없다. 내가 잠에서 깨면 이미 아빠는 출근을 한 상태였고, 내가 잠들기 전까지도 퇴근을 하지 못한 직장인이었다. 집에서 본 아빠 얼굴을 떠올려보려고 노력했으나 어쩜 이렇게 단 한 장면도 떠오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기억나는 게 없다. 그럼에도 어릴 적의 나와, 젊은 날의 아빠 모습이 한 프레임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S전자의 어린이날은 1년에 단 하루였지만 내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
부모 도움 없이 잘 큰 성인이 되었다고 착각했다. 얹혀살고 있으면서도, 대부분의 것들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용돈벌이 하는 일 하나로 경제적인 독립을 이뤄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던 20대를 지나 30대에 접어드니 문득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됐다고 자만한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제 스스로 큰 게 아니라 아직도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크고 있을 뿐이었다. ……
계기가 뭐였든 오래전부터 독립을 해 나와 살고 있는 친구들은 내가 요즘 느끼는 고민에 하나같이 '일단 나와서 1년을 버텨봐. 할 수 있는지 없는지'라는 답을 줬다. ……
그렇게 서른둘, 나 스스로만 독립이라고 여기던 둥지에서 벗어나 진정한 독립을 이루고자 월세집을 구해 나왔다. '이게 네가 겪어야 하는 현실'이라며 나를 세상으로 밀었다.
(중략)
'우리 아빠는 안 치열하게 살았는데'
'처자식에 그렇게 헌신적이지 않았던 거 같은데'
…… 정말 이제야 깨달았다.
어떻게 그렇게 버티며 지금까지 살아오셨는지 말이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