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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HY Nov 05. 2019

쓰고 싶은 글과 써야 하는 글 사이에서

글쓰는 직업인의 비애


지인들에게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글쓰기를 일로 하면 어떨지 궁금해요. 저도 여행 다니면서 글을 써보고 싶어요.” 하지만 글쓰기를 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고민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글보다는 써야 해서 쓰는 글이 많다는 것이다.


‘에디터의 글쓰기’에서 설명했듯이 나는 에디터로 판매하는 상품을 직접 이용해 보고 소비자에게 글로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내용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글, 소위 ‘팔리는 글’을 써야 한다. 그러다 보면 솔직한 후기나 자세한 설명이 아닌 재미 위주의 자극적인 글을 쓸 수밖에 없다. 글보다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 많아도 긴 글을 읽고 싶어 하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자극적인 글, 그중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독자를 낚는 낚시글을 쓰고 나면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이런 글을 쓰는 게 에디터의 일인가. 내가 원한 글은 이런 게 아닌데.’ 더욱 슬픈 것은 낚시글을 통해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유사한 형태의 글을 쓰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나는 원하지 않는 글을 써야 한다는 회의감과 압박감 때문에 ‘글’에 대한 흥미마저 잃어버린 적도 있었다.



쓰고 싶은 글과 써야 하는 글의 사이에서.

글쓰기에 대한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퇴근 후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이나 문득 떠오른 생각, 또는 2년 전 다녀온 세계여행을 회상하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했다. 비록 컴퓨터 안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빛을 보진 못했지만, 쓰고 싶었던 말들을 쏟아내 왠지 모를 후련함이 느껴졌다.


이쯤 되면 궁금증이 하나 생길 수 있다. “쓰고 싶은 글과 써야 하는 글이 같을 수 없나?” 나 역시 같은 질문을 던졌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바로, 쓰고 싶은 글을 함께 쓰는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매일 쓰다 보니 작가'가 그것이다. 글쓰기라는 주제에 대해 쓰고 싶은 글을 자유롭게 쓰되, 정해진 날짜에 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나는 매. 쓰. 작을 통해 '쓰고 싶은 글'을 의도적으로 '써야 하는 글'로 만들었다. 덕분에 마무리가 되지 않은 채로 저장되어 있던 글들이 완성되었고,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쓰고 싶은 글과 써야 하는 글 사이에서 즐겁게 글을 쓰고 있다. 한 차례 고비를 극복하고 나니 글쓰기에 왠지 모를 자신감도 붙었다. '쓰고 싶은 글이든 써야 하는 글이든 일단 쓰고 보자. 글에 손을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나으니까.'라고 다짐하며, 또다시 노트북 앞에 앉는다.



Q. 원치 않는 글을 쓸 때 어떻게 대처하나요?




다음 매거진의 글은 공심 작가님의 <나도 잘 쓰고 싶다>입니다. 글쓰기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공심님에게 날라온 한 통의 메시지. 글을 쓰는 모두가 바라는 '잘 쓰는 법'을 묻는 질문이었는데요, 공심님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궁금하다면, 다음 글을 놓치지 마세요! 6명의 작가들이 전하는 글쓰기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매일 쓰다 보니 작가》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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