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착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아
어릴 적부터 나는 착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착한 아이 증후군'이란 병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불편하더라도 그냥 참고 넘어갔으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마음으로 끙끙 앓다가 시간이 흘러 그 사건을 잊고 살아가는 것이 반복되었다.
특히 어려 보이는 얼굴로 인해 어릴 적부터 무시당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사회에 나와 일을 하다 보니 이런 나의 성격으로는 업무를 진행하기에 너무 힘이 들었다. 사실 일을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내가 그냥 이 구역의 미친년이 되겠다고 한 계기는 너무 웃기게도 약 2년 전 출근길의 지하철 속이었다.
인생의 20%를 버스와 지하철에서 보내는 경기도민인 나는 아침마다 지하철만 약 한 시간씩 타고 출근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5일 중 4일 정도 내 옆자리에는 남자 사람이 앉았고, 그들은 왜 때문인지 그들의 어깨를 주체하지 못하고 활짝 펼쳐재끼며 내 어깨를 눌러댔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반복되자 나의 어깨는 출근만 했을 뿐인데, 뻐근함으로 아작 나기 시작했고,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나도 내 몸무게를 실어 함께 눌렀고, 그러자 그들이 그들의 어깨를 조금 움츠리며 공간을 마련했다.
외국에서는 어깨 깡패 남자들도 최대한 조심하며 배려하는 모습이 있는데, 왜 유독 우리 일상에서는 그런 사람들 마주치기 힘들었던 건지. 아무튼 그렇게 매 출근길은 그 구역의 미친년으로 빙의 한지 일주일쯤 되자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내 옆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의 출근길은 한결 편안해졌으며, 나의 어깨 또한 광명을 되찾았다.
굉장히 개인적인 일상에서 한번 미친년을 자처해보니 이런 나의 자아가 출몰하는 일이 조금은 쉬워졌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인간관계 속에서, 사회생활 속에서, 일상 속에서 부당한 일을 겪게 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을 것이라 느껴진다. 나도 아직 그렇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래서 민서영 작가의 '빙그레 썅년' 같은 책이 출간되고 인기가 많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여성에게 집중된 이야기이지만 남녀를 떠나 각종 부당함과 차별 등을 겪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보이는 착한 아이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며 욕을 먹을까 무서워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으로부터 착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 움츠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명 착한 아이 증후군으로 오랜 시간 살아오던 내가 지금의 당당함으로 살아오다 보니 달라진 점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기에.
나 스스로의 내가 느끼는 달라진 점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덜어내니 인생이 좀 더 수월하고, 편해졌다. 또한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는 내가 나의 이야기를 명확하게 전달했을 때 보이는 나의 모습이 더욱 당당해 보인다는 사실. 이는 일을 할 때도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며, 자신의 소신이 느껴진다고 한다. 물론, 이런 개중에는 나의 모습이 건방지고, 재수 없게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그런 사람들은 10명 중 한 명 꼴도 되지 않았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며 대접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경험했으면 좋겠다.
다양한 분야에서 보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우리가 미친년으로 빙의하지 않아도 서로 배려하고, 웃을 수 있는 날이 다가온다고 느껴진다. 우리 모두 나 스스로를 존중하며 당당하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