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명절 인사법

우리의 명절은 더 가벼워져야 한다

by 지성파파

직원들이 설 명절 연휴 전 인사를 하러 왔다. 이분들에게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고민스러웠다. 시대가 변해도 서로 인사를 나누는 풍경은 크게 변화가 없다. 그냥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말보다 더 실질적인 덕담이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명절 인사를 오신 분들에게 이런 의미로 가볍게 말씀드렸다.


가능하면 사드세요

몇 끼 먹을 음식 하느라 몇 달이나 수년 동안 지속될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아픈 허리나 저리는 다리는 무슨 죄인가. 최소한의 것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사들고 온 음식으로 가족이 함께 먹는 행위에 집중해야 한다. 웃고 얘기하면서....


즐기고 오세요

조상을 기리고 감사를 드리는 것도 원래는 축제나 파티의 의미다. 즐거움이 사라지고 고통만 남는 명절이라면 두고두고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의 삶속에서 웃고 즐기는 시간을 빼면 무엇이 남을 것인가...


미안해하지 마세요

위로는 해줄 수 있지만 서로에게 타당치 않는 이유로 미안해하지 말자. 평소에 할 수 없는 것을 명절에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 명절 때 느끼는 거리감 자체가 의미가 있다. 개인이 해줄 수 있는 위안을 뛰어넘는 마음 쓰임은 감정의 피로를 불러온다.


불편한 친인척보다 스스로에게 잘하세요

일 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하는 친인척의 말투나 눈빛을 의식하지 말자. 서로 촌수를 세어가면서 이름을 애써 떠올리는 관계는 그만큼 서먹하고 어렵다. 평소에 전화통화나 카톡 한번 안 하면서 명절 때 갑작스럽게 살가워지는 관계보다는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잘 살피는 연휴가 되어야 한다. 의식적이고 형식적인 관계는 지나고 보면 별 의미 없는 경우가 많다.


타인의 삶에 관여하지 마세요

어쩌다 한번씩 보는 관계는 서로 할 말이 없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상대방의 외피에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 공부는 잘하는지, 대학생활은 어떤지, 취업은 했는지, 결혼할 생각은 있는지, 출산 계획은 진행 중인지 등등. 궁금해만 하고 묻지 말자. 입장을 바꾸어보면 답은 나온다. 서로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이 불편함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에게 남은 것은 실천뿐.


지금은 남녀의 구분도, 결혼 후의 양가에 대한 존중, 어른들의 의식도 많이 바뀌고 있는 시대다. 명절이 가진 최소한의 긍정적인 의미만 남기고 어느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관행은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일단 나부터...


참다운 명절은 가족에 대한 훈훈한 얘기와 가족애, 화기애애함이 살아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가족들이 함께 공감하고 만족할 수 있는 진정한 휴식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불편하고 피로해져서 마음의 결이 거칠어진 명절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이런저런 의미에서... 우리 집은 부침개 두 종류 만을 온 가족이 달라붙어 빠른 시간 내에 완성해내고, 나머지 먹거리는 대부분 반조리식품으로 구입했다. 그 나머지 시간은 오롯이 서로 대화하고 편안한 휴식의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개인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더 개선해야 하겠지만, 단출해진 명절 밥상의 상차림에 대한 만족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역시 착각일 수도 있지만.


우리 가족을 돌아보니. 음식을 장만하는 시간을 줄이고 서로 마주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다 보니, 어른과 아이들 모두 얘깃거리가 풍부해지고 속내를 말할 수 있는 상호존중의 시간이 늘어났다. 서로가 등을 보이는 시간보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혹여나 이로 인해 더 피곤해졌을수도 있지만...)


아무튼 이제는 우리 모두가 <관념의 명절>에서 벗어나서 <즐거움과 채움의 명절>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명절은 더 가벼워져야 하고, 명절 인사는 보다 인간적인 애정을 담고 있어야 한다.


명절 연휴가 끝난 오늘, 지난 나흘을 다시 돌아보면.

우리는 파티를 즐겼는가 아니면 고통의 강을 건넜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추석은 더 가벼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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