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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성파파 Sep 09. 2019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세 가지

#1.

부모가 되면서 고민되는 몇 가지.


어떻게 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험난한 세상에서 고생하지 않고 잘 살게 할 수 있을까? 수도 없이 던지는 질문들. 아이들이 좋은 집에서 풍족하게 먹고 살아가게 해주는 것. 아이들이 원하는 거 맘껏 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주는 것.  하지만 이러한 조건을 만들어주기에는 경제적 현실이 만만치 않다.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본질적인 것들이 있을까?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까?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까? 아이에게 좋은 부모란 어떤 부모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지 무엇을 말해줄까? 결코 어떤 질문 하나도 쉽지 않다. 그 질문에 대한 답도 쉽게 얘기할 수도 없다. 인생살이에서 다양한 경험과 성찰의 기회를 가져왔던 부모들마저도 스스로 계속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혁명가이자 사진작가로 유명한 박노해 시인은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란 시에서 부모의 고민을 대신해준다. 오랜 수감생활 동안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던 시인은 미래에서 온 자신의 아이에게 어떤 교육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 아이의 영혼에 이미 알아야 할 많은 것의 씨앗들이 심겨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너무 어린아이로만 봐서는 안될 까닭도 여기 있다. 그들은 이미 모든 가능성을 지닌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가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도.




#2.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물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박노해,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시인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동물들과 교감하며 뛰놀고 원하는 것을 맘껏 해보길 원한다. 자신만의 자존감과 개성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부모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를 원한다. 진정 아이들이 바라는 환경이다. (저러다가 뒤쳐지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부모들이 동의할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연을 가까이하는 것보다 좋은 환경은 없다. 자연은 배우고 얻을게 많다. 더불어 경이로움과 감동도 준다. 자연과 교감하며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구체적인 모습을 몸으로 체험하는 것은 어떤 배움보다 중요하다. 그로부터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알고 함부로 해서는 안될 대상인 것도 알게 된다. 자연과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도. 서로를 위해 지켜야 할 것이 많다는 것도.


  아이들은 놀이가 삶의 전부임을 안다. 놀이로 인한 즐거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아이들은 삶의 여정 자체가 즐겨야 할 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고 원하는 것을 다양하게 해 보며 성취와 실패 모두를 맛보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어른이든 아이든 간에 자신의 삶을 오롯이 스스로 판단하고 살아가야 한다. 자신의 삶에서 주체성과 독립성은 자존감을 만드는 중요한 전제가 된다. 자신만의 개성과 능력에 맞는 삶의 형태를 찾고, 사회적인 제약이나 부모의 부당한 간섭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은 자존감으로부터 온다.


  교실에서 배울 수 있는 것과 운동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자연 속에서 느끼고 공감하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따로 있다. 우리는 대부분 교실에서 책으로, 정보와 사진으로만 이것을 익히다 보니 머릿속에서 지식의 형태로만 저장되고 소멸된다. 하지만 살아 숨 쉬는 시공간에서 몸에 기억되고 영혼에 스며든 것들은 살아가는 동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을 것이다.




#3.         

둘째는 '안 되는 건 안 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거짓에 침묵 동조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안된다! 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

 박노해,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시인은 절대 해서는 안될 몇 가지를 주문한다. 살생과 약자를 괴롭히는 일, 정의롭지 못함을 외면하는 것. 한 개인이 성장하면서 수많은 부정과 금기를 마주한다. 그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들이 있다. 해서는 절대로 안될 것들이 무엇인지.


  살아가면서 반드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에 대한 분별은 중요하다. 그 분별은 개인적인 삶의 기본적인 태도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의 일부로서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서도 함부로 해서도 안된다. 모두 그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살생은 물론 누군가를 함부로 괴롭히고 상처를 주는 일도 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보호하고 배려해야 할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아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용과 배려는 전 생애에 걸쳐 길러야 할 중요한 가치다. 과잉경쟁이 일상화되다 보면 양보와 배려는 찾아보기 힘든 덕목이 될 수도 있다.


  개인이 가진 욕망의 수준을 결정하고 절제하는 것은 개인이나 사회를 위해서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불필요한 소비나 낭비적 요소를 막고 사회적으로는 재분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어릴 때부터 아껴 쓰고 재활용하는 습관은 환경오염방지의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정된 재화가 소중하다는 인식은 무한한 소유욕을 잠재우는 역할을 할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면 우리는 사회적 인간이다. 삶의 미시적인 부분이나 사회라는 거시적인 영역에서 부정의와 부조리에 눈을 감는 것은 옳지 못하다. 개인적인 삶을 넘어서면 모든 것이 정치적인 영역이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다양한 목소리를 낼수록 그 사회는 참된 민주사회로 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사회적인 문제에서 눈을 감고 외면할 때 개인은 고립되고 부조리한 이들이 고개를 든다.




#4.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을 자기 스스로 해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 생활과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박노해,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시인은 아이에게 평생 갈 수 있는 습관을 물려주기를 당부한다.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게 하고, 섭생과 운동을 통해 건강에 관심을 갖게 하며, 타인들과 함께 살아감에 필요한 것들과 자기 수양에 대하여 좋은 습관을 물려주기를 한다.

 

  세 살 버릇이 평생 가는 법이다. 양치하고 세수하고 자신의 방을 청소하고 물건을 정리하는 일 등은 평생 동안 반복해서 해야 할 일상의 습관이다. 생활 속의 작은 습관들은 어릴 때 길러지지 못하면 평생 못하고 만다. 잘 만들어진 습관은 그 사람의 의식과 태도를 결정하고,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준다. 그래서 좋은 습관을 가지는 것은 좋은 친구를 만드는 만큼이나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부모나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무언가 스스로 행할 수 있을 때 자율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헬리콥터처럼 아이 주위에서 떠도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아이의 주체성과 문제 해결 능력에 장애가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할 수도 있다.

 

  양질의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과 다양한 육체적 활동에 게으르지 않은 것은 건강한 삶을 위한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필요한 교양과 매너를 아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중요하다. 사물과 사람의 아름다운 면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것은 긍정적인 멘털을 위한 기본 요소다. 또한 아름다움을 보고 감동할 수 있는 감성도 이제는 능력의 영역이다.


  어릴 때 잘 만들어진 독서습관은 바람직한 공부 태도는 물론 평생 사색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웃음과 울음이 포함된 섬세한 감정의 결을 지니고 주변을 바라보면 세상이 밝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감각으로 타인과 대화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사회적인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이다.




#5.

그러니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 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된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것이었다

박노해,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시인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먼저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적극 동감하는 바다. 부모가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고, 그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좋은 공부는 없다. 아이는 열심히 살아가는 부모의 뒷모습에서 배워야 할 인간의 전형을 익히고 기억할 것이다. 부모의 말투나 행동, 좋은 음식의 선택, 가정 내에서의 생활태도, 정리정돈의 습관은 물론 생각하는 법과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도 따라서 배울 것이다.

 

  부모가 먼저 갖춰야 할 세 가지는 무얼까? 부모 자신의 삶을 어른스럽게 잘 사는 것. 인생의 선배로서 분별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 아이에게 좋은 부모이자 친구이자 동료가 되는 것. 하나 더 하자면 나의 미래로부터 온 아이에게 배울 것이 있는지 끊임없이 찾아보는 것.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것 말고 부모가 아이에게 계속해서 표현해야 하는 것은 무한한 신뢰감이다. 부모가 아이와 그의 선택을 믿고 말없이 지켜보는 것보다 중요한 지지는 없다. 아이들은 부모가 보내주는 '믿음의 침묵'속에서 자신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한 안정감은 아이가 개성과 균형감각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렇다. 부모인 우리는 아이가 '지구별 여행자'로 살아가는 동안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잠시(내가 살아가는 동안) 동행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세 가지를 물려줄 것인가? 


첫째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알게 할 것이다.(가능하면 부모에게 기대지 마라. 부모 인생도 중요하다!)

둘째는 삶 자체가 거대한 놀이터이며 그로 인한 즐거움을 알게 할 것이다.(노는 거 빼면 인생 별거 없다. 즐겁게 살아라!)

셋째는 타인과 더불어 부대끼며 살아가는 법을 알게 할 것이다.(어차피 혼자 놀면 심심하다. 어울려 살면서 부모를 자유롭게 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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