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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성파파 May 19. 2022

연금 위주의 노후설계는 발등을 찍는 도끼일 수도 있다

연금을 통한 노후설계는 가장 중요하지만, 그 한계가 분명하다.     


퇴근이 빠른 B부장의 저녁시간은 생각보다 여유로울 뻔했다(원래 계획은 적절한 저녁 식사 후 독서와 글쓰기가 여유시간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이들 저녁 준비를 위한 시장보기와 주방에서의 여러 가지 일들이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었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터라 어느 정도 타협점이 필요했다. 만족할 때까지 집안일에 매진하다 보면 여유시간의 실종과 짜증과 분노라는 단어에 친숙해질 수도 있었다.    

  

최근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유튜브 채널을 자주 애용한다. 그 이전에는 유튜브에서 요상한 채널을 시청하고 아빠에게 상식 퀴즈를 내는 아들들에게 버럭 화를 냈었지만. 막상 자신이 도움이 되는 내용을 이용하면서 분노가 사라졌다.    

  

B부장이 들락날락하는 콘텐츠는 주로 요리나 기타 연주, 탁구레슨에 관한 분야다. 각 분야의 기본기부터 고급 기술까지 연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도 무료로. 그러다 자연스럽게 노후설계 관련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 이들이 찾다 보니 특별한 알고리즘 없이도 메인 화면에 떠 있는 까닭이다. 가끔은 원치 않는 청소년불가물이 떠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구글이나 유튜브의 특성상 검색수가 많은 주제들이 노출빈도가 높았다. 그 덕분에 유튜브 메인화면에 먼저 보일 확률이 많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조회 수가 증가한다. 가만히 살펴보니 요즈음 많은 이들이 노후설계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노후설계 전문가들은 너 나할 것 없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었다. “연금설계를 3단계로 충실히 하라고.” 그 3단계는 국민연금(또는 공무원연금 등), 개인연금, 퇴직연금이다. 첫 번째 공적연금으로 기초생활 보장을 튼튼히 하고 두세 번째 연금으로 안정적인 생활과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거다. B부장은 자신의 연금설계를 자발적으로 한 적은 없지만, 슬며시 자신을 돌아다봤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3단계 설계가 의미 있는지를.  

   

주변의 지인들이나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과도 연금설계에 관한 대화를 나눴지만, 특별히 자랑할 만한 계획자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막연하게 부동산(?)과 주식, 연말정산 절세형 연금 가입을 자랑하는 이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일하는 직장이 공공기관인지 사기업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시 말해 주위의 대부분은 노후의 경제적 상황이나 활동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노후에 관한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상당히 비관적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로 OECD 37개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은퇴 전 평균소득 대비 연금지급액을 나타내는 공·사적연금 소득대체율은 2020년 기준 35.4%로 G5 국가의 평균인 54.9%보다 훨씬 적다. 이 지표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재의 노령인구 상당수가 연금설계를 통한 노후대비가 안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다음 세대인 지금의 B부장 세대들은 이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 있을까?


노후설계에 관한 유튜브 탐독에서 얻은 게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크게 실효성이 없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연금설계에 관한 얘기는 지금의 50대 혹은 40대보다는 오히려 사회초년생인 20대나 30대들에게 유용한 팁을 제공한다. 어떤 연금이든지 최소한 10년 이상을 납입하고 그 이후에 수령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있기 때문에 일정 연령대에게는 시간적 한계가 분명했다. 회사생활의 막바지에 와있거나 가입이 힘든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전문가들의 조언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현재 연금으로 노후가 든든한 이들은... 일부 맞벌이 교사나 공무원 부부, 임원급 고연봉으로 개인연금 설계가 잘되어 있는 극소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에서도 생래적 금수저는 제외다. 이들 소수를 제외하고는 연금을 통한 노후대비는 자칫하면 자신의 발등을 찍을 수도 있겠다.      


연금설계가 잘 안되어 있다면 다른 방법은 있을까? 혹여 다른 유동성 자산이나 부동산이라도...(사실 말은 안 되지만)

    

상위 1~2% 자산가가 아니라면 은행 예금(각종 금융자산 포함)을 통한 원금과 이자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 어쩌다 조물주 위에 존재한다는 건물주나 몇 채를 가진 임대인의 지위에 있다면 혹시 모를까. 부동산 소득과 금융자산 소득으로 노후설계를 알차게 꾸려 나갈 수 있는 이들은 10%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금설계가 잘 안되어 있는 이들이 우량주식을 알차게 소유했다거나 은행에 예금을 여유 있게 저축하고 있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존재 가능성은 있지만, 불행하게도 주위에는 없다.)     


노후설계에 관한 전문가중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인 강창희란 분이 있다. 이 분은 “은행 예금액 2억보다 월급 50만 원”이라는 강연을 통해 은행의 현금잔고보다 매월 나오는 월급이 중요하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서의 목돈 예금에서는 나오는 이자보다 적더라도 월급이 더 실효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연금 외에 금융소득이나 임대소득 같은 현금성 자산은 역시나 소수의 전유물에 불과하고, 그나마 있는 저축은 생활비로 충당해 원금을 까먹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결국은 현역을 유지할 수 있는 재건축설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어떻게"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혹시라도 믿고 있었던 연금이라는 도끼에 발등 찍히지 않기 위해서라도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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