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성파파 Sep 24. 2022

대한민국은 자격증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문장에는 가끔씩 고개가 갸웃거린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자격증 공화국이다...라는 말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을이 다가오는 저녁, 용돈이 궁한 것처럼 보이는 고등학생인 아들이 물었다.

“아빠, 변호사가 그렇게 대단해?”

“왜 그러는데... 글쎄, 생각하기 나름이지 않을까!”

“오늘 수업시간에 사회 선생님이 그러는데...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할 수 없는 일이 없다고 그러던데. 진짠가 궁금해서....”    

 

“그거는 아마도 변호사 자격이 능력이 대단하고 훌륭해서가 아니라, 그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국회에서 자신들을 위한 입법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범위를 넓혀놓아서 그럴 거야. 아빠 주변에 00 삼촌이나 @@아저씨를 보면 알잖아....”   

  

“아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돈을 제일 잘 버는 자격증이 뭘까?”

돈이라... 평균의 오류를 감안해서 일반화시키는 어렵고, 각기 능력에 따른 문제가 아닐까... 의사나 변호사나, 회계사나 세무사, 변리사나 법무사 등을 연봉 순위로 매기기도 하지만. 크게 의미 있는 분류는 아닐 거 같은데. 자신들의 영업능력만큼 벌겠지.”


“그런데, 우리 아들은 어떤 자격증이 맘에 드시나?”   

아들은 시선을 회피하며 핸드폰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아직은 아빠의 질문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 까닭일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자격증 공화국에 살고 있다. 그럴듯한 직업의 이면에는 어김없이 자격증이 존재한다. 밥벌이를 위해서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위해서건 특정한 법률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직업이라 불리는 의사나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아무리 뛰어난 의료 능력과 변호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라도 해당 법령이 요구하는 자격증이 없다면 모두 무자격자들의 행위로써 불법행위가 된다. 전문가라 불리는 각 직업 간에 연봉 순위를 보라. 사기업의 임원급을 제외하고 상위 랭킹 10위권내에 들어가는 자격증을 보면 그 자격증의 명암이 보일 것이다.   



고도화된 산업사회일수록 각 분야는 세분화되고 전문화된다. 매 분야마다 기능장인으로서 전문가가 필요하다. 전문가의 영역과 경계를 쉽게 구별할 수는 없지만, 공적인 목적에서 자격이 필요한 일부 분야는 반드시 법령이 요구하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진입장벽이 높고, 소지자들의 경제적 반대급부에 대한 기대치 또한 높다.


문제는 제아무리 자격증 소지가 황금어장으로 들어서는 첫걸음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능력이나 연령대에 적합하지 않으면 모두가 무용지물이라는 거다. 사회적 지명도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자격증들은 그 진입문턱이 높아 쉽게 문을 두드리지도 못한다. 또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적정 연령대에 그 쓸모를 다하지 못하면 이 또한 의미 없다. 그래서 20~30대가 평생에 걸쳐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자격증과 40~50대 혹은 60대가 노후대비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자격증을 준별 해야 한다.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국민자격증도 존재한다. 대입 수능을 능가할 정도로 응시인원이 많은 공인중개사 시험이 그렇다. 약 11만 명 정도가 개업해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무언가 현실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동일한 자격을 가지고도 그들의 능력에 따라 소득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자신의 현상황과 능력(열정)을 정확히 살펴야 할 것이다. 자격증 수집가가 아닌 이상 그것의 쓸모와 유용성을  따지면서 목적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단지 스펙을 쌓기 위해 필요할 것 같지도 않은 자격증 취득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취업이나 승진을 위한 가점 수단으로써 도전은 의미가 있지만, 그저 심리적 위안을 갖기 위한 도피처나  피난처로서의 자격증 공부는 경계해야  될 터이다. 자칫하면 그 시간에 좀 더 유용한 무언가가 사라지는 기회비용의 손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정확한 쓸모를 위해 의미 있는 자격증 취득을 해야 한다. (물론 이때의 자격증은 반드시 시험을 전제로 하는 거는 아니다. 얼마든지 경험과 특유의 전문성이 쌓이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분야도 많다.) 다만, 그전에 스스로가 자신이 얻고자 하는 자격증이 "왜"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필요가 발명(발견)을 가져오듯 분명한 목적이 있을 때 동기부여가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또다시 에너지 낭비가 없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   



최근 들어 친구들 사이에 부쩍 노후준비에 대한 대화가 많아졌다. 이미 직장에서 퇴직한 지인들도 막상 인생 2라운드의 구직 현장에서 번번이 퇴짜를 당하고 나서는 자신의 준비 없음과 무책임함을 자책했다. 주위 대부분의 노후준비는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소액의 은행 예금과 공적연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정도의 준비가 충분할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각 자산 간의 포트폴리오가 잘되어 있는 이들은 극히 소수라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때 골프에 빠지지 말고, 무언가 공부를 해서 준비를 했어야 되는 건데..."

"경력이 쌓이면 재취업이 그리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그 경험을 써먹을 데가 없네.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자격증도 없고. 참나~"

"어떤 친구는 자신의 업무 경험을 담아 책을 내고 강연도 하고 그러던데... 그 친구는 최근에는 추가로 다른 책도 쓰면서 비대면 강의를 통해 쏠쏠한 월급도 받고... 부럽기도 하지만, 이제 와서..."

  

주위를 돌아보면 계획적인 노후준비는 물론이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막연한 생각조차 없는 이들이 많다. 물론 퇴직 이후부터는 마음 놓고 놀고 즐기겠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우리 모두가 너무 젊고, 놀고 즐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않은가. 더 솔직한 고백은 놀고 즐길 만큼 충분한 자산이 없지 않은가!


설사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사정과 능력, 자격증의 사용법에 대해 고민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때로는 때를 놓치고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 시점에 이르러서야 부랴부랴 고민하고 준비하는 이들도 많이 보인다. 우리의 삶은 늘 그렇듯 한 가지 연주법이 아닌 다양한 변주가 존재한다.    


최근에 뜨는 유튜브 몇 개를 얘기하다가 아들이 다시 묻는다.

"아빠는 제2의 인생을 위해 어떤 자격증을 갖고 계시나요?"

"음... 제2의 인생이라... 아빠도 노후준비를 위해 계속 고민 중이지.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게 있어서 나름 쓸모 있는 자격증도 가지고 있고. 아빠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먹여 살려야 될 애들이 네 명이나 되잖아!"





이전 08화 연금 위주의 노후설계는 발등을 찍는 도끼일 수도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