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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을 담고 싶나요?

by 황상열

어느 주말 둘째 아들과 함께 대형마트를 찾았다. 서점과 게임샵 구경을 하고 배가 고파 패스트푸드 점에 들렀다. 키오스크에서 햄버거 세트를 시켜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아이와 앉은 우리 자리 옆에는 어떤 할아버지와 손자로 보이는 초등학생이 앉아 있었다. 햄버거를 먹는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콜라가 든 컵을 가리키며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중이다.


“00아! 이 컵에 지금 무엇이 들어있지?”

“콜라가 들어 있어요.”

“콜라는 어떤 맛이지?”

“톡쏘는 맛인데, 맛은 없어요.”

“그럼 예를 들어 이 컵에 꽃을 담으면 어떨까?”

“참 아름다울 것 같아요.”

“꽃을 비우고 이 컵에 햄버거를 먹고 남은 봉투 등 쓰레기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악취가 나고 인상을 찌푸리면서 컵을 던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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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과 답의 수준이 참 높아 보였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좋은 교훈을 가르치는 듯 했다. 그 대화를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햄버거를 먹으면서 경청했다. 시끄러운 둘째 아이도 일단 먹는 것에 집중하느라 조용했다. 마지막으로 옆 테이블의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런 컵에 꽃을 담느냐, 쓰레기를 넣느냐에 따라 그 용도가 달라지는 것을 봤지? 나는 우리 손자가 자신이라는 컵 안에 좋은 것만 넣어서 자랐으면 좋겠구나.”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무릎을 쳤다. 컵 하나에 무엇을 넣고 담느냐에 따라 그 쓰임새가 달라진다. 그 할아버지는 사람을 컵에 비유해서 그 내면에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좋은 사람 또는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지금 나는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지.


아이와 햄버거를 다 먹고 나오는 길에도 계속 그 이야기가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나의 내면을 채워서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별 것 아닌 일로 아이에게 화를 잘 내고, 좋은 말보다 부정적인 말을 더 내뱉는 자신을 발견한다. 다시 한번 나라는 컵에 쓰레기가 아닌 꽃을 담아 좋은 향기가 나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오늘은 한 번 자신의 컵에 무엇을 넣을지 한번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것을 담느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완벽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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