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Jul 23. 2023

문이 닫힌 방

“밥은 먹었니?”

“네.”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닫았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바닥에 누워버렸다. 이틀 밤을 새고 들어왔더니 밥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장소에 상관없이 누우면 바로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머니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마지막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뜨니 아침이다. 다시 출근해야 해서 씻자마자 집을 나왔다.      


이런 생활의 연속이었다. 야근과 밤샘 근무로 집에서 부모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밥은 먹고 왔어요 등의 인사만 나눌 뿐이다. 그렇게 생활하다가 몸이 정말 아파서 조퇴한 적이 있다. 역시 집에 오자마자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똑똑! 어머니가 다시 방문을 두드린다. 약은 먹고 자라는 목소리가 같이 들렸다. 

“엄마! 그냥 잘게요. 그냥 저 좀 그냥 두세요!”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는지 문을 열지도 않고 소리쳤다. 노크 소리가 멈췄다. 다시 나는 눈이 감겼다. 얼마나 잤는지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밤 9시다. 배가 고팠다. 방문을 열고 나왔다. 부모님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엄마! 배고파. 아깐 소리쳐서 죄송해요.”

“아니야, 괜찮아. 회사일이 좀 바쁘지? 몸 챙겨가면서 일해.”     

화장실을 갔다가 다시 방에 들어갔다. 문은 다시 닫았다. 다시 노크 소리가 들린다. 밖에 식탁이 있는데, 어머니는 밥상을 들고 왔다. 문이 열리고 밥상 위에 밥과 반찬이 올려져 있다. 겨우 앉아서 밥 한 숟가락을 입 안으로 넣었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단지 어머니에게 밥이나 차려 달라고 이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시간이 지나 결혼하고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되었다. 여전히 일은 바빴다. 야근과 술자리 등으로 귀가가 늦은 날이 많았다. 집에 와도 방에 들어가 문을 닫는 일이 많았다. 글을 쓴다는 이유로 아내와 아이에게 소홀했다. 내가 노트북을 켜고 집중해서 글을 쓰다 보면 노크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참다 못한 아내가 당신은 하숙집에 사는 사람 같다고 일갈한 적도 있다. 생각해 보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퇴근하고 나서도 글쓰는 작업까지 하다 보면 집안일이나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은 많이 부족하다. 거기에 방안에 틀어박혀 문까지 닫았으니 얼마나 짜증났을까? 여전히 지금도 글을 쓰는 시간이 가족과 소통하는 시간보다 많다.      


조금씩 방문을 열어놓고 있다. 방에 있는 시간을 좀 더 줄여야겠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소통을 줄어들면 결국 나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 이제부터라도 상대방의 감정을 잘 알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방문부터 활짝 여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혼자 문 닫고 방에 쳐박혀 있지나 않을지 벌써부터 두렵다.      


지금 혹시 문을 닫고 있는가? 지금이라도 조금씩 열어보자. 여는 넓이만큼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도 더 가까워진다.       

#닫힌방 #문이닫힌방 #소통 #불통 #자이언트라이팅코치 #닥치고글쓰기 #인생 #라이팅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마흔이처음이라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황상열작가

매거진의 이전글 할 수 있다는 믿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