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도구, “글쓰기”

by 황상열

“아! 커다란 개가 있어. 무서워.”

멀리서 어떤 한 남자가 목줄을 맨 큰 셰퍼트 개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 7살 정도로 보이는 한 아이는 가던 길을 멈추었다. 집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200m만 걸어가면 집 앞인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 남자는 개와 함께 계속 걸어오고 있다.


셰퍼트 개가 짖기 시작한다. 두려움에 떨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점점 개가 다가오자 아이는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야 하는데, 다시 유치원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에라 모르겠다. 결국 반대편 골목으로 들어갔다. 더 이상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30분이나 돌아서 집에 도착했다. 한참 기다려도 아이가 오지 않자 아이 엄마는 이미 문 밖에 나와 있다. 엄마를 본 아이는 눈물을 터뜨린다. 걱정이 된 엄마는 아이를 안아주며 왜 그러냐고 물어본다. 개가 무서워서 돌아왔다고 하자 더 꼭 안아준다.

boy-317041_1280.jpg

기본군사훈련을 마치고 동기들과 헤어지고 자대로 가는 기차를 탔다. 이제 두려움이 앞선다. 자대 배치를 받게 되면 선임병들과 같이 생활하게 된다. 좋은 사람도 있을거라고 애써 자위했다. 더블백을 메고 선임병들 앞에 섰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만큼 긴장한 적이 없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갑자기 제대가 얼마 남지 않는 병장이 나 혼자만 남겼다. 보직이 포병 특기였다. 대공포 진지는 경사가 있고, 포문까지 50m 정도 거리였다. 진지 초입부터 포문까지 3분 안에 30번 달리기를 시켰다. 처음에는 선임병이 시키니 바로 달렸다. 10번까지는 할 만했다. 15번을 넘어가니 숨이 가파오르기 시작했다.


20번을 넘어가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동공도 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25번째 달리기에서 넘어졌다. 선임병이 보더니 10번 더 하라고 했다. 너무 힘들어서 잠깐 걸었더니 내 엉덩이를 걷어찼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군대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이미 호흡도 엉망이다. 체력의 한계를 넘어섰다.


40번째 달리기에서 기어 올라왔다. 이미 시간은 5분이 훨씬 넘었다. 병장은 내 손을 잡아 일으키더니 정신 바짝 차리고 군대 생활 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온 몸에 힘이 빠졌지만, 다시 부여잡고 내무반에 들어갔다. 자대 배치 첫 날부터 내 몸은 굳어져 있었다. 이제 군생활 시작했는데, 벌써 제대가 얼마 남았는지 달력을 보고 있다. 내 입에서 한숨만 나왔다.


첫 문단에서 언급한 아이도 두 번째 문단에 나오는 신병도 모두 나다. 시간이 흘러 어느 덧 마흔 중반의 나이가 되었다. 개가 무서워 미친 듯이 달렸던 것도 자대 배치 받은 후 공포의 얼차려를 받은 것도 이제 모두 지나간 추억이 되었다. 두 개 사건이 모두 유쾌하지 않은 추억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니 선명하게 기억이 떠올랐다.

istockphoto-1434814677-2048x2048.jpg

잊고 지냈던 과거의 경험을 다시 되살려 다시 되새기게 해주는 도구가 바로 글쓰기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 좋았던 추억이나 아팠던 경험은 그 당시에는 즐겁고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잊고 지내게 된다. 사람의 기억은 그렇게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현재의 새로운 추억이나 아픔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것을 글로 쓰면 생생하게 다시 되살아난다. 그 시절 느꼈던 행복, 좌절, 아픔 등이 선명해진다. 지금까지 잘 살아온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축복한다. 그 추억을 통해 한번 웃음 지어본다.


어제 오늘 있었던 일을 그냥 흘려버리지 말고, 글로 옮기자. 미래의 어느 시점에 지금 썼던 글을 보고 다시 웃고 힘을 낼 수 있으니까. 글쓰기가 바로 당신의 추억을 꺼내어주는 선물이다.

#추억 #잊고있던추억을꺼내어주는도구 #피드백 #글쓰기 #자이언트라이팅코치 #닥치고글쓰기 #인생 #라이팅 #인문학 #마흔이처음이라 #당신만지치지않으면됩니다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황상열작가

keyword
이전 01화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제목”짓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