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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수업이 지겨워질 때 가끔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들은 적이 있다. 10대 시절에 아직 사랑에 대한 감정도 잘 모르고, 누구를 좋아해도 고백해 본 적이 없다보니 선생님의 과장된 첫사랑 이야기도 궁금했다. 이 영화도 중학교 체육교사인 주인공 황우연(김영광 분)이 학생들과 첫사랑의 추억을 나누다가 수업이 끝난 후 여주인공 환승희(박보영 분)의 청첩장을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들의 고3 시절로 타임워프하면서 둘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보여준다. 전학생이라는 신분과 떡볶이로 대동단결하는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여주인공 환승희가 집안 사정으로 다시 떠나게 되면서 헤어지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 후 치킨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던 황우연은 우연히 친구가 건네준 대학교 잡지에서 환승희를 발견하고 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결국 대학에 합격하여 다시 재회하는 두 사람...
이렇게 두 사람은 몇 번의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한다. 여기서 영화는 이런 주인공의 엇갈림에 대해 “사랑은 타이밍” 이라고 말한다. 누구 하나가 못나거나 수줍어 용기를 내지못해 망설이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만날때마다 남녀 주인공 옆에는 애인이 등장한다. 그래도 두 주인공은 하나의 계기를 통해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 해피엔딩이라면 그저 그런 영화가 되었을 것이지만, 또 한번의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렇게 바라던 사랑에 성공하여 처음에는 달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연애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함부로 대하게 되고, 바라는 것이 많아지는 만큼 원망도 많아진다. 결국 또 현실의 문제로 사랑을 놓치게 되는 장면에서 나도 저런 적이 있었기에 참으로 공감됐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생각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영화의 제목처럼 여주인공 승희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되고, 그 청첩장을 우연에게 보낸다. 우연은 잊지 못한 그녀를 붙잡지 못한 죄책감에 결혼식에 가지 않으려 하지만, 마지막 타이밍을 잡기 위해 승희의 결혼식으로 향한다. 여기서 나는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결혼식을 망치고 신부와 함께 도망가서 사랑을 이루는 엔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실로 우연은 승희에게 너를 만나서 내 인생을 바꿀 수 있어서 감사했고, 그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빌면서 영화는 끝나게 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함께하지 못해 아쉽고 아픈 감정이 먼저겠지만, 그녀에게 미안하지 않게 웃으며 이별을 고하는 모습에 참 짠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어떤 상대가 너무 좋아지다 보니 그녀를 위해서, 그녀를 향해서 인생에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 적이 있다. 그 한 사람의 존재가 나에게 많은 용기와 희망을 주었기 때문에 열정이 계속 살아났던 경험이 생생하다.
남자주인공으로 분한 김영광과 여주인공 박보영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고 설레고 가슴 아픈 느낌이 같이 들었다. 현실이 많이 반영된 영화라고 생각하고, 나의 20·30대 초반에 느끼고 겪었던 감정이 살아나는 영화였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참으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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