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한지도 벌써 21년차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다닌지도 1년이다.
요새 아침마다 출근 준비를 하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회의나 협의 중엔 늘 긴장 상태고, 메신저로 울리는 알림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업무는 끝이 없고, 사람 관계는 더 피곤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이런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왜 나만 이렇게 지치는 걸까…”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회사만 힘든 게 아니라, 회사 안의 '나'만 힘든 것도 아니었다.
모두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힘들었다.
옆자리 동료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지만, 퇴근 후 눈물로 하루를 씻어내는 사람일 수 있다.
늘 말없이 묵묵한 상사는 누구보다 큰 책임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일 수도 있다.
부서 막내는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지만, 매일 '이 길이 맞나'를 고민하는지도 모른다.
부서장이 괜히 짜증내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밤새 잠 못 이루고 온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나만의 고통에 집중하느라, 타인의 버팀은 보지 못했다.
직장 안에서, 우리는 늘 누군가가 더 편해 보이고, 더 여유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상대적인 비교 속에서 나만 더 힘들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건 보이는 일부일 뿐, 보이지 않는 고통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한 사람이 웃고 있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고,
말이 없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는 것도 아니다.
잘해내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계속 무너지고 있을 수도 있다.
회사라는 공간은 전쟁터이고, 그 안의 우리는 모두 전사다.
각자의 역할, 각자의 책임, 각자의 자리에서
애써 침묵하며, 애써 버티며, 애써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걸 모르고 나는 너무 오랫동안 외로워했다.
“왜 나만 이럴까?”
“왜 나만 이렇게 버거울까?”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들다. 우리 모두가 힘들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자, 시선이 바뀌었다.
나만 불쌍한 게 아니라, 다들 겨우겨우 하루를 버티는 중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
조금은 다정해질 수 있었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이제는 말하고 싶다.
"회사에서의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당신도 힘들고, 우리 모두가 버티는 중이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
비난보다 위로가 먼저 나오고,
경쟁보다 공감이 먼저 찾아온다.
회사라는 냉혹한 공간에서도,
마음을 조금 열어보면 보인다.
무너지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일하고 있는 사람들,
실은 나처럼, 당신처럼, ‘괜찮지 않은 사람들’.
그러니 이제는 나 자신을 탓하지 않기로 했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라고 묻기보다
“모두가 그만큼 애쓰고 있구나”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그게 나를 덜 외롭게 만들었다.
나의 상처를 조금은 어루만져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