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르침

노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협력하기 위한 것

by Roke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내 인생의 가르침은 무엇이었느냐?'고. 한참을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게 있기나 한건가? 그런데 말이죠, 제가 하고 싶은 일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일들에는 일정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체로 '작은 일'들이며, 그 작은 일들이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그제서야 생각 났습니다. 제게도 인생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은 큰 가르침이 있었다는 것을...


2년 전에 이미 그 책을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Three Little Bird - 작은 것은 아름답지만, 힘이 없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그대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글 자체로도 아주 좋은 글입니다. 쉽고 간결하고, 불필요한 한 부분이 하나도 없이 완벽한 글입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죠. 저는 이 글을 통해서 비로소 '일(노동)'에 대한 제대로된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합니다만, 이상적이라는 게 불가능하니까, 아예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죠. 오히려 그런 이상이 있기에 우리는 하루하루 조금씩 더 나아갈 수 있고, 그렇게 살아가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최근 런던의 「타임」지에 다음과 같이 시작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단테가 지옥의 모습을 그릴 때 노동자들이 공장 조립라인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지겹도록 반복적인 일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넣었더라면 더 실감났을 것이다. 지금의 노동은 개인의 자발성을 파괴하고 두뇌를 썩게 만드는 일인데도 수백만 명의 영국 노동자들이 일생을 그런 노동에 바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기사는 예전에 나왔던 유사한 많은 다른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전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열렬한 부인(否認)도, 고뇌에 찬 동의도,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옥의 모습'이나 ‘자발성을 파괴하고, 두뇌를 썩게 만든다'와 같은 거칠고 무시무시한 표현에 대해 거짓이자 허풍이라거나 혹은 무책임한 히스테리적인 과장이라거나, 아니면 전복적인 선전문구라는 식의 비난조차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독자들은 기사를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한탄했겠지요. 그러면서 추측컨대 다음 기사로 넘어갔겠지요. 생태주의자들이나 환경 보호주의자들, 또 환경파괴 감시자들조차도 이 기사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만약 인간이 만든 어떤 시설물이 수백만 마리의 새나 바다표범, 혹은 아프리카 보호구역에 사는 야생동물들의 자발성을 파괴하고, 두뇌를 썩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면, 그런 주장은 적어도 심각한 문제로 반박을 받거나 아니면 최소한 사실이라는 시인이라도 나왔을 것입니다. 또 노동자들의 정신이나 두뇌가 아닌 신체가 훼손되었다고 했더라도 상당한 관심을 끌었을 것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안전 규정을 살피고 조사관을 파견하고 손해배상청구 등과 같은 절차를 밟게 됩니다. 경영자는 노동자에게 위험한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신체적 건강상태를 돌보는 것이 자신의 중요한 의무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두뇌와 정신, 영혼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국 정부는 최근 스톡홀름학회에 「천연자원:생존을 위한 동력」이라는 제목의 약식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분명 모든 천연자원 가운데 가장 으뜸은 인간이 지닌 자발성과 상상력, 그리고 지력입니다. 누구나 이 사실을 알고 있기에 언제든 얼마든 소위 교육에 돈을 쏟아 부으려고 합니다. 진짜로 생존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자원 가운데 가장 소중한 자원인 인간의 두뇌를 보호하거나 두뇌 개발에 필요한 논의부터 해야합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그런 논의는 보고서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생존을 위한 동력」에는 미네랄, 에너지, 물과 같은 물질적 자원들은 모두 거론되었지만 자발성, 상상력, 지력(知力)과 같은 비물질적 요소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인간 삶의 중심에 노동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 등 관련 학문의 교재에는 모든 이론의 필수적 디딤돌로서 노동에 관한 이론이 담겨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은 대부분의 에너지를 노동에 쏟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에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디에 돈을 쓰는지, 무엇을 소유하는지, 어디에 투표를 하는지보다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인격이나 성격 형성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노동인데도 수업교재에서 노동에 관한 이론을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헛수고에 지나지 않습니다. 노동자에게 노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논의는 거론조차 되지 않습니다. 나아가 노동이 요구하는 바에 - 그나마도 엄밀히 말하자면 주로 기계의 요구에 지나지 않는데 - 노동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노동자들의 욕구에 노동을 맞추는 것이 진짜 중요한 문제라는 점도 거론되는 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존재 목적이나 목표와 인간의 노동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면 단지 생존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노동을 해야 한다고 인류의 모든 가르침은 말합니다. 인간이 생존에 필요하는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는 인간의 노동이 없다면 나올 수 없습니다. 또한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여러분 각자가 어떤 재능을 받았든지 간에 마치 선한 청지기가 여러 방법으로 신의 은총을 나눠주듯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을 위한 일에 쓰시오”라는 신이 가르침을 따르는 그런 일을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노동의 세 가지 목적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간 삶에 꼭 필요하고 유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둘째는 선한 청지기처럼 신이 주신 재능을 잘 발휘하여 타고난 각자의 재능을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셋째는 태생적인 자기중심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협력하기 위해서입니다.

세 가지 차원에서의 이런 역할을 통해 노동은 인간 삶의 중심이 됩니다. 그러므로 노동이 없는 인간의 삶은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알베르 카뮈는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을 하면 삶은 질식되어 죽어 간다”라고 말했습니다.

굿 워크, 15~19쪽 (E.F. 슈마허 지음, 박혜영 옮김, 느린걸음, 2011)

뮤지컬 '레미제라블'

*Little People(by Gavroche *극중 인물): 2분 30초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수록곡. 1985년 Original London Casting 앨범에서 들을 수 있다. 레미제라블 위키에 의하면 이 레코딩이 최초의 영어 레코딩이며, 프랑스어 오리지널과 가장 유사하다고 한다. 특히 이 곡은 다른 곡들과 합쳐지거나 하이라이트 음반에서는 빠지는 경우도 많다. (기타 정보는 아래 다른 글에도 많아서 생략한다)

*극중 가브로슈가 부르는 곡인데, 원작에서는 코제트가 자랐던 여관 주인부부의 아들로 나온다. (에포닌의 남동생) 뮤지컬에서는 별다른 언급은 없지만 그들의 자식인 것으로 묘사되지는 않았다. 어린 나이에 혁명에 참여하여 활약하다가 정부군의 총에 맞아 안타깝게 죽게 된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수록곡 관련 글 목록 (아끼느라 아직 많지 않다. ㅋ)

I love her, but only on my own
I dreamed a dream in time gone by


매거진의 이전글별조차 잠든 하늘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