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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l 14. 2019

불편한 나날들

Made me realise that I was wrong

지난주 초에 약간의 사고가 있었다. 밍키가 내 손을 물어 버린 것인데... 그 작은 사건 하나로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스쳐 지나갔다.


1. 가만히 돌이켜 보면 그건 예견된 사건이었다. 집을 나서면서부터 녀석은 무척 불안해했고, 많이 민감했다. 떨림이 몸으로 전해지는 데도 애써 무관심했던 것은... 나의 잘못이다. 의사 선생님은 주인을 물었다고 했지만, 애초에 누군가를 노리고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녀석은 그저 두려웠을 뿐이다. 차라리 내가 물린 것이 다행이다.


2.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났다. 생각해 보니, 피 흘릴 정도로 상처가 났던 것도 꽤나 오래전 일이다. 헌혈도 10년?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오래전이니... 영화로도 피 흘리는 장면을 잘 못 보는데, 막상 실제로 대하니, 나의 피는 거의 검은색이었다.


3. 처음에는 긁힌 정도로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깊게 박혔는지, 상처가 꽤 오래간다. 이제야 겨우 통증이 가라앉고 있다.


4. 본론은 지금부터... 다친 속 가락이 오른손 검지와 중지인데... 평소 이 두 손가락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매 순간순간이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작은 상처일 뿐인데도 씻는 일부터 해서, 옷을 입거나, 일을 하거나.. 하다못해 캔을 따는 일까지... 이 두 손가락을 제외하고 해 보려도 너무 힘이 들거나 잘 안되거 하는 일들이 많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금방 표 난다고 하더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 같다.


5. 상처는 작아도, 상처다.


6. 그런데 만약에 왼손 새끼손가락을 다쳤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을까? 평소에 존재감이 없으니... 차라리 괜찮았을까? 결론은 '아니다.' 왼손 새끼손가락도 많이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냥 평소에 내가 무심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일 것이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은 또 금방 적응한다. 마치 다친 두 손가락 없이 사는 것처럼... 이제 통증과 붓기가 사라지는 데도 어느새 몸은  자연스럽게 그 두 손가락을 빼고 움직인다. 놀랍게도 지금 타이핑도, 오른손은 약지 하나만 사용하고 있다.


8. 이 모든 건 꽤나 자연스럽다. 말이 안 되는... 예상치 못한 일인 것 같지만,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아무 일 없이 벌어진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9. So, I was wrong.


to whom it may concern album cover (Oscar Lang, 2018)

You (by Oscar Lang): 2분 38초

작사/작곡: Oscar Lang

2018년 앨범 'to whom it may concern'의 두 번째 곡. Oscar Lang이 많이 알려진 뮤지션이 아니라서 자료를 거의 찾기가 어렵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pig'라는 밴드(로 추측)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나이 등에 대해서는 짐작이 안 간다. 사운드 클라우드에도 계정이 있어 이 친구의 음악을 듣기는 어렵지 않은데, 태그를 #Ambient라고 붙여놓은 것으로 봐서 앰비언트 팝 장르의 음악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것 같은데, 'You'와 다른 몇 곡들은 유튜브와 SNS에서 제법 인기가 있다. 유튜브에서 Oscar Lang You를 검색하면 꽤 많이 나온다. 그중에 일전에도 소개했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의 편집본이 있는데 영상 소스는 특이하게도 Home Movie다. 어떻게 구했을까...

이 곡이 아주 좋다거나... 숨겨진 명곡이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평범한(?)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을 것 같고... 그럼에도 인디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은 뭐랄까... 다른 세상을 여행하는 기분? 우리가 모를 뿐,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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