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벚꽃

by 굴러가유

늘 계절의 변화하는 지점을 사랑하고 격렬히 반기는 편이다.

봄에서 여름이 되면 몸에 걸치는 것들이 한없이 훌훌 가벼워지면서 어디로든 떠날 용기가 생기고,

여름에서 가을이 되면 쩍쩍 달라붙던 공기들이 하늘하늘 자유로워지는 기분에 설렘이 불어오고,

가을에서 겨울이 되면 남달라 진 알싸한 공기에 다가오는 연말을 행복하게 보낼 생각에 심장이 둥둥 댄다.


겨울에서 봄은 누가 봐도 새 마음, 새 학기, 새로운 시작!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콸콸 차오르고

무거운 옷에서 탈출하는 게 마치 나비가 번데기를 벗고 탈피하는 기분이다.


그런 마음을 응원하고 싶은 건지 세상은 1년 중 가장 쾌활하고 알록달록해진다.

가장 먼저 목련이 봉우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하고,

노란 개나리들이 이미 천 뚝방길을 끝없이 장식해 놓았다.


가장 마지막 피날레가 바로 벚꽃이다.

오늘인가?

아닌가, 내일인가!


분명 벚꽃 꽃망울을 성실히 예의주시하며 만개할 순간을 체크한다.

그러다 정말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개화를 너도나도 터뜨리게 되면

그때부턴 정말 벚꽃'축제'가 된다.


사람들도 삼삼오오 벚꽃길을 찾아나와 사랑하는 사람들과 축제를 즐긴다.

누구 하나 찡그리거나 불평하는 얼굴 없이 모두의 표정이 만개한다.


벚꽃을 보고 우리도 벚꽃이 된다.

만개한 꽃들 덕에 우리 얼굴도 만개한다.


떨어지는 꽃잎들이 아쉽다가도

흩날리는 꽃잎 밑에 서서 이미 지나간 눈송이들을 다시 회상하며 또 한 번 해맑게 웃는다.


그렇게 또 봄이 왔다.

행복이 만개한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