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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로 Jan 18. 2024

백수 아들의 엄마 집에서 살아남기- 2화

무료한 백수 생활을 달래기 위해 생산적으로 보이는 한량 짓을 찾아야 한다

즐거운 백수생활의 가장 큰 적은? 무료함 (그리고 돈...)

부엌 서랍을 정리하다 발견한 믹스로 만들었던 스콘이다. 쉬어버린 국을 끓여버려서 실수로 생긴 악취를 가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빵을 구워서 먹었다.


당신이 백수 생활을 하게 된다면 가장 큰 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고정 수익이 없어지며 생기는 경제적인 부담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 엄마 집에서 살며 비용을 최소화하고 실업급여도 수급받았기 때문에 해당 부분에서 큰 문제는 없었다.

이것이 해결되면 그다음에 찾아오는 문제는 갑자기 넘쳐나서 감당하지 못하는 시간과 이를 감당할 흥미로운 일을 찾지 못해 생기는 무료함이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재밌는 취미 생활을 가져야 하는데, 부모님과 함께 사는 백수에게 적합한 취미는 무엇일까? 나의 경우에는 요리와 등산이었다.



시간, 체력, 돈을 투자해 즐거움을 얻는다. 근데 거기에 엄마 눈치를 한 스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연령대별 시간, 체력, 돈 밈. 물론 필자도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아무것도 없는 삶을 살았다.

취미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로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행동을 뜻하며 시간, 체력, 그리고 돈을 투자해서 재미를 얻는 행위를 뜻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되는 멋진 어른이라면 시간을 제외하고 체력과 돈이 넘치는 삶을 산다고 하는데, 필자는 뭐 당연하게도 재직 중에는 시간, 체력, 돈 무엇도 풍족한 적이 없었다. 물론 언젠가 나도 연차가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 멋진 어른이 되어서 돈과 체력이라도 넘치는 삶을 살겠지 라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아직은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인생에 계획에 없던 퇴사 덕분에 체력과 시간은 넘쳐나면서 약간의 돈도 있는 놀라운 순간이 찾아와 버린 거다.


물론 재취업 활동에 성실히 임하면서 어느 정도 자기 계발을 위한 공부나 노력도 해야 하지만, 갑작스럽게 맞이한 백수 생활은 그런 일들을 하더라도 정말 시간이 남아돈다.

솔직히 말해서 나에게 적합한 직무, 조건, 지역 등이 알맞은 공고가 매일 뜨는 것 도 아니고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루틴적인 구직 활동을 하면 시간과 체력이 아직 남아있는 순간이 찾아오고, 이런 무료함을 이겨내기 위해 좋은 취미를 찾아야 한다.


엄마 집에 눌러사는 백수가 취미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나에게 지금 재정적인 안정을 제공하고 있는 물주, 즉 어머니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사를 전념하는 어머니를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이 중에서 맛있는 걸 좋아하는 나의 사리사욕도 채우고, 수상하게 재료가 넘쳐나는 어머니의 냉장고 속 자원을 활용해서 내 돈이 별로 안 들고, 결정적으로 어머니의 일을 덜어주는 좋은 취미가 바로 요리였다.



백수의 취미 생활은 은밀하고 치밀하게 진행해야 한다.

필자가 23년에 만들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요리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3가지 음식이다. 고사리명란파스타, 홈메이드 마라탕, 그리고 떡만둣국과 갈비 정식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요리를 좋아했다.

운동은 잘하는 친구나 선수들의 동작을 따라 해 봐도 뭔가 어설픈 순간이 더 많았고, 그림을 그리는 미술 시간에는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려고 해도 내 생각과는 다른 결과물들이 나왔다.

하지만 요리는 레시피를 따라 하면 좋은 결과가 나왔고, 특정한 재료들을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다듬거나 열을 가하는 등의 가공 과정을 거치면 내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비주얼과 맛이 나오는 걸 참 좋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먹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언제나 행복한 결말이 보장되어 있으니 이걸 어찌 싫어하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이 취미 생활을 하기 위해서 나는 아주 소소한 몇 가지 눈치를 보았다.


1. 재료 수급을 위해 장을 함께 봐라

솔직히 말해서 4인 가구가 먹기 위한 장을 본다면  양이 꽤 많다. 내가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을 다니던 시기에는 어머니가 차 트렁크까지 힘들게 실어둔 짐을 아버지나 내가 집에 들어올 때 들고 올라오는 식으로 해결했을 정도로 중장년 여성에게 꽤나 무겁고 힘든 양이다.

집에서 하는 거 없이 놀고먹는 아들내미가 어머니와 함께 마트에 가서 카트라도 좀 밀고 짐도 들고 올라와 냉장고와 곳간의 적당한 자리에 정리하는 일을 한다면 어머니는 이 시간에 일하러 나가지 않은 백수 아들이 답답하겠지만 동시에 조금의 편리함을 느낄 것이다. 바로 이때에 내가 하고 싶은 요리의 재료도 조금씩 같이 수급하는 것이다.


2. 적절 타이밍을 노리고, 뒷정리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라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일터에서 놀고먹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그런데 그 녀석이 어느 순간 내가 하는 일을 뺏어가서 하는데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면 당신은 좋아하겠는가? 막무가내로 집의 부엌을 차지하는 것은 이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적절하게 어머니가 외출 등의 일정으로 피곤한 타이밍을 노려서 그때 자연스럽게 밥을 차린다면?

그리고 이후에 체력이 돌아오고 다시 어머니가 요리를 할 때에 모든 도구가 본인이 평소에 보관하는 자리에 완벽하게 정리되어서 놓여있고 다양한 재료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손질되어서 본인의 할 일을 덜어준다는 느낌이 생긴다면?

어느 순간 일종의 루틴처럼 어머니는 아들에게 점심이나 저녁 맡기는 순간이 오고 대부분의 식사 준비 과정에서 조리를 돕는 주방 보조가 되기도 할 것이다. 바로 그 타이밍이 나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 시간이 되는 거다.


3. 메뉴의 다양화. 나만 먹는 게 아니라 가족이 함께 먹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같이 사는 가족들도 입맛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다.

가리는 게 없이 잘 먹는다 해도 사람의 취향은 분명히 있고, 연령대 별로 자주 먹어왔던 음식을 선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만들고 싶고 먹고 싶은 음식만 차린다면 부모님은 분명히 금방 질릴 것이고, 특히나 수십 년간 집안의 요리를 맡았던 어머니의 레시피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나에게 요리를 할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위의 사진 중에서 마라탕이나 파스타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대표적인 예시고, 새해 떡만둣국에 갈비는 어느 정도 타협을 한 요리의 예시다. 이 외에도 집에서 국이나 밑반찬의 경우에는 분명히 어머니가 이전에 활용하던 레시피가 있으니 이것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동일하게 따라 한다면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취미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고작 밥 하나 짓는데 이 정도로 눈치를 봐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최대한 긴 시간 동안 이 즐거운 백수생활을 즐기고, 돈을 벌어오지 않는 백수가 오직 즐기기만을 위한 취미 활동을 하기 위해 이 정도는 쓸데없이 행복한 고민이다.

그리고 나의 취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이 정도의 눈치는 뒤에 따라오는 달콤한 보상에 비해 너무나 작은 노력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반찬을 그릇에 옮겨 먹어야 하는 이유는? 당신도, 반찬도 소중하기 때문

경기도 소재의 광교산을 등산하고 내려와서 먹었던 음식들이다. 먹으려고 요리하고 먹으려고 등산하냐고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는데 정답이다. 안 먹을 거면 내가 이 짓을 왜 하겠는가

예전부터 우리 어머니는 나에게 반찬을 먹을 때는 반찬 통에서 꺼내 그릇에 옮겨 담아서 먹으라고 했었다.

이는 반찬통에 담겨있는 반찬의 위생을 유지하기 위함과 동시에 내가 하는 일이 조금 늘더라도 어느 정도 품위를 지키게 하기 위해서였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차려준다면 좋은 그릇을 꺼내 예쁘게 담아 대접하는 게 예의이고 혼자서 밥을 먹더라도 내가 나를 대접하는 것처럼 사소한 행동으로 나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좋은 습관을 어머니가 가르쳐준 게 참 감사하다.


점심식사는 나에게 사회생활이나 업무의 연장이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어쨌든 회사에서 가장 힐링이 되는 시간이기도 했고, 고된 일정이 끝난 다음 나에게 주는 보상처럼 지금도 잘 활용하고 있다.

백수생활 중에 요리라는 취미는 이력서를 하나 제출하거나 어떤 일을 끝낸 나에게 맛있는 보상을 주면서 동시에 우리 가족들도 기분이 좋아지는 생산적인 취미였다. 그리고 내만든 요리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관심을 가져주던 착한 사람들 덕분에 어느 정도 사람들과 연락을 하는 소통의 창구였고,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생존신고였다.


백수생활은 몸도 편하고 나만의 시간도 자유롭게 갖는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최선을 다해 제출한 지원서의 탈락소식과 연봉협상 실패 등을 겪기도 하고 내 주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해 점점 도태되어 간다는 우울함에 빠지는 순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친한 친구들이나 부모님께 만큼은 내가 아직 나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잃지 않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고 1편에서 말했던 것처럼 긍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나를 응원했다.

한량 백수도 스스로를 응원하니까 고된 하루를 보낸 당신도 스스로를 응원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글을 마치며 사람이 자기 자신을 응원하는 건 좋은 습관이지만, 반대로 스스로에게 적당한 벌을 주기도 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시간을 가지는 당근과 채찍 전략이 본인의 성장과 멘탈 케어에 더 큰 보탬이 된다는 점도 함께 말하고 싶다. 백수 아들은 어떤 방식으본인에게 어떤 채찍질로 동기부여를 했을까?


다음 시간에 또 알아보도록 하자.



바쁜 당신을 위해 전지전능한 ChatGPT 님이 해주는 요약

작가는 백수 생활 도중 무료함을 이기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사는 점을 고려하여 재미있는 취미를 찾아낸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주로 요리와 등산을 통해 무료함을 극복하며, 어머니를 도우면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또한,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기 응원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백수 생활에서도 스스로를 응원하고 동기부여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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