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롤로 Jan 25. 2024

백수 아들의 엄마 집에서 살아남기- 3화

백수 아들이 되기 전, 운동 부족 직장인은 어떻게 산을 가게 되었는가

어차피 내려갈 산을 왜 올라가요? 그러게 말입니다...

23년 2월 방문했던 한라산 사라오름에서 찍은 사진. 설산은 위험하니 되도록 가지 말고 집에서 쉬도록 하자. 만약 간다면 꼭 안전장비들과 식량을 잘 구비하고 가자.



혹시 등산, 아니 운동을 좋아하는가?

필자는 운동을 싫어한다. 그냥 싫어하는 게 아니라 못하기도 하고 땀 흘리는 것도 싫고 움직이는 것도 싫고 집 밖에 나가는 것도 싫고 힘든 것도 싫고 경쟁도 싫고 그냥 스포츠와 관련된 대부분의 행위를 싫어한다.


만약 나의 이 시리즈를 꾸준히 보는 사람이 이 도입부를 읽으면 이상하다 생각할 수 있다.

이 인간은 왜 운동도 싫어하는데 처음 쓴 글의 메인 사진은 등산이고 프롤로그의 글 내용은 백수가 돼서 산을 몇 개 타고 등산 모임을 몇 번 나가고 심지어 작가의 SNS 계정을 누르면 등산 인스타그램 계정이 나오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테지만, 아무튼 나는 정말 운동을 싫어한다.


등산을 하다 보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차피 내려갈 산을 왜 올라가요?'인데, '저도 어쩌다가 이 꼬라지가 났는지는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알차게 준비하면 꽤 재밌고 뭐가 많아서 아무튼 같이 한번 가보실래요?'라고 구구절절 답변하기에는 근본적인 내려갈 산이라는 부분에 대한 답변이 안 될뿐더러 너무 길다고도 생각해 그냥 '그러게 말입니다...'라고 대답하는 편이다.


다만 돌아봤을 때 등산은 스포츠나 운동적인 관점을 제외하고 봐도 백수에게 정말 좋은 취미 생활이기도 해 오늘은 저번 시간에 이어 엄마가 좋아하는 취미 2탄으로 내가 등산을 어떻게 시작했는지와 이것이 엄마집에서 생존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운동하기 싫지만 아무튼, 떡볶이는 먹고 싶어서 등산합니다.

가을 서울 북한산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실 겨울 봄 여름 가을 순으로 사진을 올리고 싶었는데 단풍색이 떡볶이와 비슷해 그냥 이걸 여기에 올렸다.

내가 등산이라는 취미를 가진 건 2022년 겨울부터였다.

1화에서 언급한 적 있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로 운동하는 취미를 갖기로 마음먹어서 등산을 새로운 취미로 선택했고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멋진 풍경과 포토스팟이 있다.

나는 '내가 저 나이에 뭘 했나'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한다. 과거의 내가 무엇을 했는지 잘 까먹기도 하고 생각보다 옛 추억을 회상하는 건 즐겁기도 해서 가끔은 내 과거 앨범이나 SNS에 올렸던 사진들을 본다. 이런 시간을 가질 때 물론 끔찍한 흑역사를 마주할 각오도 해야 하지만 잊고 있던 아름다운 추억들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산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음식과 업무로 가득했던 나의 사진첩은 멋진 풍경과 그 풍경을 즐기며 행복해하는 내 사진으로 채워진 앨범을 다시 보는 건 꽤나 좋은 경험이고 무엇보다 나는 관심받는 걸 부담스러워하며 동시에 좋아하는 모순된 성격을 지닌 소프트 관종으로써 사진에 진심인 사람들이 건져주는 괜찮은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등산은 사진을 좋아한다면 정말 괜찮은 취미다.


2. 산 밑에는 거의 무조건 맛있는 음식이 있다.

평소에 나와 대화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주 느끼는 점이지만, 대화하다 보면 대부분의 주제는 배고프다, 뭔가 먹고 싶다로 빠지는 상황이 많다고 느낄 것이고. 나는 그만큼 먹을 거를 정말 좋아한다.


전설의 산악인 조지 말로리씨는 아주 유명한 말을 하나 남겼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맞는 말이다. 산은 못 움직이고 늘 거기 있으니까 인간이 가야 한다. 그런데 새로운 장소를 간다면 새로운 음식들도 거기 있다. 취미 활동을 위한 이동이 필수라면 내가 좋아하는 맛집 탐방도 함께 하는 취미를 갖고 싶었고 그런 조건에서 등산은 좋은 선택이었다.

저런 멋있는 명언을 고작 먹으러 다니는 정당화 하기위에 쓴다는 사실을 조지 말로리씨께 사과드려야겠지만 아무튼 난 산도 거기 있고 맛집도 거기 있어서 간다. (물론 산 타면 힘들어서 앵간한 건 다 맛있어지기도 한다.)


3.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도 있다.

혼산도 멋진 매력이 있고 자신의 능력이 된다면 온전히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즐기는 좋은 경험이지만 슈퍼 겁쟁이인 나는 혹시 산에서 내가 굴러 떨어지면 신고해 줄 사람과 함께 가는 걸 선호한다.

길고도 험한 등산을 안전하고 즐겁게 진행하려면 나와 페이스도 맞고 말이 통하는 사람들을 찾아 함께 가는 게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운이 좋다면 모르는 사람들과의 등산에서도 저 조건에 부합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나는 정말 운이 좋게도 회사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이 등산을 좋아하고 잘 맞아 정기적으로 산을 가는 작은 산악회도 있었고 (앞서 말한 맛있는 걸 좋아한다는 점이 특히 잘 맞아 산악회 이름도 맛도리 산악회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나에게 좋은 정보를 알려주는 좋은 멘토들도 있었고, 어쩌다 보니 등산을 하다가 만나서 말이 잘 통하는 재밌는 사람까지 다양한 좋은 사람들을 산을 통해 만났다.

물론 잘 안 맞는 사람과 긴 시간 힘든 운동을 함께 하는 건 정말 최악이고 끔찍한 경험이지만 그런 리스크를 감수해도 될 정도로 나에게 산은 좋은 사람들을 선물해 줬다.


정리하자면 물론 운동의 필요성과 체력 증진의 목적으로 시작한 건 맞지만, 그보다 부수적으로 멋진 사진을 남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점이 나에겐 더 크게 다가와서 등산을 꾸준히 하게 되었다.



포브스 선정, 엄마들이 좋아하는 아들의 취미 '등산' (거짓말임)

너무나 멋진 설악산 공룡 능선의 여름이다. 솔직히 공룡도 좋아하고 워낙 예쁘다 하니 일단 가봤는데 더위 때문에 탈진이 와서 죽을뻔했다. 이런 위험한 데 가지 말고 집에 있자.

등산이라는 취미의 특성상 시간도 정말 많이 필요하고 장비나 교통에 쓰는 돈도 꽤 크기 때문에 왜 어르신들이 많이 하는지를 느꼈다. 그리고 그런 취미를 나도 좋다고 열심히 하면서 다양한 어른들을 많이 만났다.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등산하는 어르신들이 산타는 '젊은 친구'를 보면 꽤 많이 예뻐해 주는 편이고 부지런하다고 칭찬도 해주는 덕분에 백수인 나도 나름 건실한 청년 취급을 받기도 했었다.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 덕분인지 어머니가 집에서 노는 백수 아들에 대해 친구들에게 소개할 때 요즘 등산 다녀라고 근황을 전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만큼 오전에 일찍 일어나야 할 때가 많은 덕분에 이전에 말했던 백수 아들로서 부지런함을 유지하는 라이브 프로파간다로써의 역할도 잘해주고 무엇보다 다른 지역을 들렸다 지역의 특산물을 어머니에게 조공하는 행위를 통해 나는 등산이 백수 아들에게 그래도 꽤 괜찮은 취미라는 인상을 잘 심었다.


나에게는 등산은 어쨌든 운동을 한다는 근본적인 목적보다 훨씬 재밌는 부수적인 이유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아무리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극 집돌이인 나로서도 가끔은 밖에 나가 바람도 쐬고 사람을 만나는 등 사회성을 지속적으로 훈련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취미로 이왕이면 엄마가 좋아하는 요소가 적절히 많은 등산을 선택한 건 참 좋은 선택이었다.



친절은 생존기술이고, 친절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장태산 단풍 구경을 가려했지만 시기를 잘못 잡아 급하게 일정을 수정해 방문한 오서산. 단풍이든 억새든 아무튼 예쁜 풍경에서 멋진 사진 찍고 맛있는 거 먹을 생각에 행복한 표정이다.

등산을 시작하게 된 이유, 운동을 정말 싫어하는 내가 어쨌든 운동할 마음을 먹은 이유로 다시 돌아가보자.

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 특히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무라면 뛰어난 능력 외에도 친절함과 배려라는 생존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일로 많이 지쳤던 시절 주변 사람들에게 가시 돋친 모습을 보이는 나의 모습이 점점 싫어졌고 좋아하는 만큼 배려해주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에게마저 친절함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느꼈을 때 나는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기 싫은 운동을 꾸역꾸역 하기 위해 반대로 내가 좋아할 이유들을 찾아가며 등산을 했다.

그러다가 산에서 남을 배려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 특히 그 힘든 산에 맛있는 음식을 들고 와 나눠주는 사람들을 만날 때 먹보인 나는 친절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더욱 깊게 느꼈고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내 주변 좋은 사람들을 닮기 위해 계속 운동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만약 당신이 백수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를 응원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나의 경우에는 가족과 친구들이었다)을 위해 친절함을 유지하고 싶다면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기르는 걸 추천한다.

굳이 체력을 기르는 활동이 아니더라도 건전한 취미를 갖는 건 백수생활 중 복잡한 머리도 비우게 해 주니 여유가 된다면 내가 요리와 등산을 찾았던 것처럼 좋은 취미를 찾아내기를 응원하겠다.


그런데 백수 아들은 이런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기 위한 금전적인 부분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다음 시간에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바쁜 당신을 위해 전지전능한 ChatGPT 님이 해주는 요약

글쓴이는 운동을 싫어하지만 등산을 통해 다양한 이유로 재미를 찾고 있다. 등산은 멋진 풍경과 포토스팟,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등으로 채워져 있어 즐겁고 의미 있는 취미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등산을 통해 친절함과 배려의 중요성을 깨닫고, 체력 향상뿐만 아니라 좋은 인간관계 형성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백수 아들의 엄마 집에서 살아남기- 2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