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별미 가지김치
이번 여름에는 가지와 친해지고 싶다
가지를 좋아하는가?
나한테 가지는 어려운 야채다.
어릴 때는 전혀 손대지 않았다. 가끔 엄마가 상 위에 올리는 가지 반찬은 색깔도 거무스름하고 흐물흐물해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야채나 나물이라면 질색하던 나이라 가지는 너무나도 매력이 없는 식재료였다. 아니, 매력이 없는 걸 넘어서서 도대체 왜 이런 걸 먹는지 알 수 조차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나 한 건지 궁금할 정도였다.
가지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건 중국 요리를 먹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여기서 말하는 중국 요리란 짜장면이나 짬뽕 같은 한국식 중국 요리가 아니라 동파육이나 꿔바로우 같은 본토 중국식 중국요리를 말한다.
신기하게 중국 사람들은 가지를 사용한 요리를 많이 먹었다. 주로 가지를 튀긴 후 이런저런 소스를 끼얹은 요리로 대표적으로 '어향가지', '풍미가지'가 있었다.
처음 중화풍 가지 요리를 먹은 게 언제였는지, 요리 이름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깜짝 놀랐다는 사실만은 기억한다. 아니, 놀랐다기보다는 감탄했었다. 그런 식으로 가지를 먹는 건 처음이었고, 그런 식의 가지 식감도 처음이었고, 가지 요리가 맛있었던 것도 처음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가지란 야채를 달리 보게 되었다.
하지만 가지에 대한 인상이 달라진 건 달라진 것이고, 그것과 가지 요리 실력이 정비례하지는 않았다.
가지를 맛있게 요리하기는 힘들었다.
가지는 과육이 스펀지 같다. 수분이든 기름이든 마구 빨아들인다. 요리 전 준비과정으로 가지를 썰어 찔 때 조금만 시간이 어긋나도 가지는 흐물흐물해진다. 구우면 쪼그라들어 색깔이 변해버린다. 기름을 두르고 구우면 계속 기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기름 먹은 스펀지처럼 되어 버린다.
최선의 방법은 가지를 튀기는 거였다. 가지를 썰어 소금으로 밑간을 한 후 튀김옷을 입혀 튀긴다. 한번 튀긴 후 소스를 따로 만들어 섞어 주었다. 중국집 가지 요리처럼 바삭하게는 되지 않았지만 소스맛 때문에 맛은 있었다. 하지만 매번 '어쩐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잔향처럼 따라다녔다.
그러다가 우연히 구청 요리 강좌에서 가지김치 담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가지로 김치를 만든다니!
호기심이 동했다. 맛이 궁금했다. 가지의 식감을 살리는 방법도 알고 싶었다.
비결은 '소금'!
바로 소금에 있었다.
가지를 잠시 소금에 절였다가 꼭 짜는 게 바로 비법이었다. 이렇게 소금에 절이면 삼투압 현상으로 가지의 수분이 빠져나가 가지가 꼬들 해졌다. 소금 때문에 간도 배일뿐만 아니라 색깔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 가지를 마늘, 생강, 고춧가루, 설탕, 액젓, 간장과 같은 김치 양념으로 버무리면 가지김치 완성이었다.
맛은?
별미였다! 꼬들꼬들한 가지의 식감이 마치 고기 같았다. 적당히 간이 배어 있고 금방 한 김치의 싱싱함에 가지의 꼬들함까지 곁들여져 그야말로 새롭게 알게 된 밥도둑이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잘 익은 제철 가지는 생으로만 먹어도 맛있다고 했다. 또 가지김치 이외에도 한식에는 가지를 이용한 음식이 많다고 했다.
가지의 식감을 살리는 비법은 소금에 절이는 것. 이것만 기억하면 앞으로는 가지에 대한 어려움이 좀 줄어들 것 같다.
여름 제철 야채라 지금 한창이다. 물가 비싼 요즘, 싸게 많이 구할 수 있는 가지, 이번 여름에는 가지와 좀 친해볼 생각이다.
가지김치 담그는 법
재료
가지 3개
간장 2 큰술
멸치액젓 1 큰술
다시 물 30cc (양념이 너무 뻑뻑할 경우에 넣는다)
홍고추 1개
풋고추 2개
마늘 1 큰술
고춧가루 2 큰술
다진 파 2 큰술
다진 생강 1/2 큰술
설탕 2 큰술
통깨 1 큰술
재료준비. 곤드레나물 감자밥도 함께 만들기 때문에 글과 사진의 재료개 틀리다.만드는 법
1. 가지는 3등분 한 후 각각을 굵기에 따라 세로로 4-6등분 해 준다.
2. 잘라준 가지에 소금 1.5 작은술을 넣고 절인다. (가지 하나에 소금 1/2 작은술)
3. 가지가 마르지 않도록 접시나 뚜껑으로 위를 덮고 30분 정도 절인다. 도중에 2-3번 뒤적여 골고루 절여지도록 한다.
가지에 소금을 뿌려 절인다.
절이는 동안은 위를 덮어주고, 중간중간 뒤적여준다.4. 헹구지 않고 그대로 가지를 꼭 짠다. 빨래 짜듯 너무 비틀어 짜지 않고 손에 쥐고 힘을 쥐고 짜 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5.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 다음 무쳐 준다.
소금에 절인 가지를 짜서 양념에 무친다
완성된 가지김치와 곤드레나물 감자밥. 밥도둑이다.* 가지김치는 겉절이처럼 먹기 직전에 바로 무쳐 먹는 게 가장 맛있다. 혹시 양이 많거나 먹고 남으면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고 되도록 빨리 먹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