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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민 Sep 03. 2020

단 한 사람의 품

#3. 우연히 우는 그녀들을 보면서 생각했어.


그러니까 우리에겐 단 한 사람이 필요한 거야.



순간 하나.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갑자기 울더라. 청바지에 굵은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지도록. 고개를 푹 숙이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어.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우는 소리를 막아보려 했지만, 틈 사이로 터져 나오는 울음을 다 막지는 못했어.


중요한 시험을 망쳤데. 자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이번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고, 엄마한테 미안해서 집에 못 들어가겠다고. 전화기 너머 속 누군가에를 향해 힘겹게 말하면서, 뚝뚝 계속 울었어.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흘깃흘낏 그녀를 보는데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전화기만 붙잡고 울더라고. 그녀 뒤로 지하철 역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그녀는 같은 말만 반복했어. 나 이제 어떻게 하냐고, 나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순간 둘.


카페 카운터에 서서 중간 정산을 하고 있는데, 손님이 들어왔어. 땡그랑. 문에 달린 벨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카페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어.


땡그랑. 문 열리는 신호와 함께 카운터 앞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갑자기 고개를 숙였어. 그리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기 시작했지.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은 당황하지 않고 우는 손님 앞자리에 앉아, 그녀의 어깨를 지긋이 만져 주었어. 마치 네가 무슨 마음인지 다 안다는 느낌으로.


그리곤 우는 그녀를 어딘가 아픈 사람 바라보듯, 애틋한 눈으로 오래오래 쳐다보았지. 울음이 쏟아지고 쏟아지고 다 쏟아질 때까지. 눈빛으로 그 사람을 폭 안아주는 느낌이었달까.




우연히 마주친 우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어. 그러니까 우리에겐 단 한 사람이 필요한 거야.

눈물이 담긴 전화를 가만히 들어줄 사람이, 눈빛으로 당신의 눈물을 포옥 안아줄 사람이.


삶은 퍽퍽하고 내일은 보이지 않아서 자주 두려운 요즘이지만, 있잖아. 그래서 사랑이 있나 봐. 그래서 세상에, 자주 외로운 세상에 사랑이 있나 봐.


마음이 빵 빈 것 같던 공허한 어느 날, 생각했어.

그러니까 우리에겐 한 사람이, 단 한 사람의 품이 필요하다고.





청민│淸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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