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5월 24일 23화

22화 : 그녀의 대답

그녀가 보낸 짧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by 낭만피셔

시간은 자정을 넘어서고 있었다. 거실 소파에는 스탠드 불빛 하나만이 켜져 있었고, 윤섭은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둔 채였지만 화면은 이미 어둡게 잠들어 있었다. 드라마 수정고 작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그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어젯밤 보낸 메시지. 그리고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는 휴대폰.


어쩌면 이미 그녀의 답장 알림이 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일부러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는지, 아니면 확인했을 때 아무것도 없거나 혹은 거절의 메시지가 와 있을 경우 마주할 실망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였는지. 그는 스마트폰을 애써 외면한 채, 창밖의 어두운 도시 풍경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이 불안한 기다림을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는 없었다. 답장이 왔든 오지 않았든, 그는 알아야만 했다. 그는 결국 소파 옆 테이블에 놓아두었던 스마트폰을 천천히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켰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아이콘을 눌렀다. 그리고 DM 목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김지현]의 이름 옆에, 그가 밤새 외면하려 했던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다는 표시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그의 숨이 멎는 듯했다. 그녀의 답장이었다. 정말 답장이 온 것이었다.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마치 아주 중요한 비밀 문서라도 열어보듯 조심스럽게 그녀와의 대화창을 열었다.

화면에 그녀가 보낸 짧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오랜만이다.

커피… 괜찮아.


윤섭은 그 두 문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괜찮아.’ 그 단어가 그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괜찮다는 것. 거절이 아니라는 것. 어쩌면, 아주 조금은 그 만남을 그녀 역시 기다렸을지도 모른다는 것. 어젯밤 DM을 보낸 순간부터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던 불안과 긴장감이 봄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굳어있던 얼굴 근육이 서서히 풀렸다. 안도감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짧게 ‘피식’ 하고 헛웃음 같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12년 전, 그녀의 문자를 받고 기뻐했던 스무 살의 자신과는 다른, 조금 더 깊고 조심스러운, 하지만 분명한 기쁨이었다.


그는 “됐다…” 하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입꼬리만 올린 채 만족스럽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옆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소파에 등을 깊숙이 기대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길고 조용한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었다. 온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나른한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기분은 이상할 정도로 가볍고 맑았다. 아직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많은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적어도 닫혀 있던 문은 열렸다. 그의 마음에도 아주 오랜만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따뜻하게 지펴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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