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5월 24일 22화

21화 : 확인하지 않는 마음

잠들기 힘든 밤이 될 것 같았다

by 낭만피셔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쉬이 오지 않았다. 지현은 어둠 속에서 옆으로 돌아누워 협탁 위에 놓인 스마트폰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화면은 꺼져 있었지만, 그녀의 모든 신경은 저 작은 기계 너머, 12년 만에 메시지를 보낸 그 남자에게 향해 있었다.


‘커피… 괜찮아.’


너무 짧았나? 너무 딱딱했나? 아니면 너무 성급했던 걸까? 보내고 나니 온갖 후회와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메시지를 취소해야 하나? 아니, 그건 더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그녀는 몇 번이나 휴대폰 화면을 켰다 껐다. DM 창을 열어 ‘읽음’ 표시가 떴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만약 그가 읽지 않는다면? 혹은 읽고도 아무런 답이 없다면?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지현은 손끝으로 이불 끝만 배배 꼬았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 느리게, 아주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같은 시각, 윤섭은 자신의 집 거실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앉아 있었다. 스탠드 불빛 아래, 그의 얼굴에는 깊은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 어제 낮에 있었던 일들 – 신입사원 하늘과의 어색한 점심, 예기치 않게 들었던 ‘멋진 하루’라는 제목, 그리고 결국 어젯밤 지현에게 보내버린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마치 꿈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잘한 걸까? 후련함보다는 불안감이 더 컸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맥주 캔을 들어 차갑게 한 모금 마셨다. 답장이 올 거라는 기대는 애써 하지 않으려 했다. 12년이다. 그녀에게 자신은 이미 희미해진 과거의 한 페이지일 뿐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이미 그녀의 답장 알림이 휴대폰 화면에 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차마 스마트폰을 들어 확인할 수 없었다. 지금 확인했다가 아무것도 없거나, 혹은 거절의 메시지라도 와 있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혹은 그저, 먼저 확인하고 싶지 않다는 조그만 자존심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스마트폰을 애써 외면한 채, 창밖의 어두운 도시 풍경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휴대폰은 그래서, 여전히 조용했다.




지현은 결국 기다림을 포기하고 휴대폰을 협탁 위에 화면이 아래로 가도록 내려놓았다. 등을 돌려 벽을 보고 누웠다. 눈을 감았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심장이 여전히 불안하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아침, 아무런 답장이 와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제발 어떤 답이라도 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지럽게 교차했다. 잠들기 힘든 밤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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