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5월 24일 25화

24화: 그 시절, 우리의 카페

어쩌면 그의 미소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는지도 모른다

by 낭만피셔

어쩌면 그의 미소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는지도 모른다. 답장을 받고 안도하며 떠올린 것은, 불안이나 망설임이 아닌, 그저 함께 있어 좋았던 어느 날의 기억이었을 테니.


2011년 여름이었을까, 혹은 2012년 가을이었을까. 계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햇살만큼은 분명 눈부시게 좋았던 어느 날 오후였다. 윤섭과 지현은 <카페 바바블랙쉽>의 창가, 그들이 가장 좋아했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가 놓여 있었고, 둘 사이에는 두툼한 영화 이론 서적과 노트 몇 권이 펼쳐져 있었다. 시험 기간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영화 이야기가 하고 싶어 만났는지, 이제는 희미해진 기억이었다. 분명한 것은, 그때의 공기는 지금과 달랐다는 것이다.


지현은 노트 귀퉁이에 연필로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며 키득거리고 있었고, 윤섭은 그런 지현의 모습을 가만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조금 전까지 두 사람은 아마도, 어렵고 딱딱한 전공 이야기 대신 새로 개봉한 영화나 혹은 어제 함께 본 오래된 흑백 영화에 대한 수다를 떨었을 것이다.


"아니, 근데 진짜 그 엔딩은 너무 하잖아! 어떻게 거기서 그렇게 끝내?"


지현이 그림을 그리다 말고 윤섭을 보며 투덜거렸다.


"원래 그 감독 스타일이잖아. 대놓고 보여주는 거 싫어하는 거."


윤섭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그렇지! 나는 주인공이 좀 행복했으면 좋겠단 말이야. 꼭 그렇게 찝찝하게 끝내야 해?"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윤섭은 그런 그녀가 귀여워 피식 웃었다. 그는 지현의 노트에 그려진, 누가 봐도 대충 그린 듯한 졸라맨 그림을 보며 놀렸다.


"그래서 이 그림은 뭔데? 그 불쌍한 남자 주인공이야?"


"아, 보지 마!"


지현이 황급히 손으로 노트를 가렸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카페 안에 낮게 퍼졌다. 주변의 다른 손님들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곳은 마치 그들만의 아지트 같았다.


그때, 카페 사장님이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그는 두 사람 앞에 놓인 빈 커피잔을 치우며 넉살 좋게 웃었다.


"오늘도 영화 공부가 그리 재밌으신가? 젊을 때지, 뭐."


"아, 네. 사장님."


윤섭이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사장님은 쟁반 위에 있던 작은 케이크 조각 두 개가 담긴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새로운 케이크 테스트로 구워봤는데, 맛 좀 봐요. 단골 서비스."


지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저희 주시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윤섭도 꾸벅 감사 인사를 했다. 사장님은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씩 웃었다.


"아주 그냥 깨가 쏟아지네, 둘이. 보기 좋구만. 학생 때 실컷 연애해야지."


사장님의 짓궂은 농담에 지현의 얼굴이 사과처럼 붉어졌고, 윤섭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커피만 들이켰다. 사장님은 껄껄 웃으며 돌아섰다.


지현은 포크로 갓 구운 듯 부드러워 보이는 케이크를 조심스럽게 잘라 윤섭에게 먼저 내밀었다.


"먼저 먹어봐."


윤섭은 웃으며 그녀가 내민 케이크를 받아먹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햇살 좋은 오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익숙한 공간의 편안함. 사소하지만 충만했던 행복.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로웠던, 그 시절 그들의 한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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