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야경에 감동받는 아이
불이 모두 꺼진 깜깜한 방 안과 달리 통유리 속 너머는 화려하진 않지만 반짝 반짝, 알록 달록 불빛이 어쩌면 감동? 아니 어쩌면 충격이었을까?
꽤나 고리타분하지만 제약없이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었고, 적어도 아이가 자라면서 땅을, 흙을 밟았으면 하는 바람에 만삭의 몸으로 작은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었다.
때문에 아이는 태어나서 줄곧 모든 시선이 평행이었고 그것뿐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약간의 고지대와 더불어 배정받은 꽤 높은 층의 룸은 얼추 한국의 30층 아파트 높이였을까?
아니 그것보다 낮았다고 해도 높은 건물이 극히 드문 로마에서 모든 시야가 시원스레 펼쳐진 뷰를 마주하니 어른인 나도 우와- 감탄할 판에 아이의 시선은 어떠했을까
전체소등 후 아이가 잠들기를 잠시 기다렸다
커튼을 미처 닫지 못했지만 밖도 어두우니 큰 문제는 아닐거라 생각했다.
좀처럼 잠을 이루지못하고 뒤척이던 아이는 그자리에 그냥 앉아버렸다. 깜깜한 방에서 자리에 앉았다면 이내 투정을 부리며 울었을텐데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내게서 등을 돌리고 앉아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아이, 뭐라고 형언할 수없는 감정들이 치솟아오르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 왜, 잠이 안와? 하고 물으니 별거 아니라는 듯 털썩 자리바꿔 다시 누웠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등돌려 창밖쪽으로 말이다.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이리 돌려 눕고 저리 돌려 누우면서 땡깡 한 번없이 한 참을 창 밖을 바라보고 누워 있었다.
아이의 시선이 꽤 오랜시간 머문 곳이 창 밖의 야경이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복잡미묘했을 아이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도 해 마음이 이상했다.
아무 의미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너무나 아가이니까
하지만 그 속에서도 훗 날 기억조차 못 할 오늘의 일이지만 분명 그날의 너는 모든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았다. 혼자만의 착각이었다고 해도 상관없다.
창 밖을 응시하는 너를 보면서 나 또한 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에 충실했으니 우리의 그 날은 그걸로도 충분하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18개월 아이와 함께합니다
육아에세이, 날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