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독박 육아 하기
예년스럽지 않게 5월인데 아직도 이렇게 추울일이냐며 타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6월 시작과 동시에 연이은 폭염이 시작되었다.
한편으론 그래! 이래야 이탈리아 날씨 답지, 이제야 로마답군! 하면서도 하루 이틀 무더위에 짜증이 솟구칠 때면 단 며칠 전 추웠던 그 날들이 새삼 감사해지기도 했다.
한 여름 8월에 태어난 아이는 여름 아이답게 물놀이를 가장 좋아하고 욕실에 누군가 들어갈라치면 쏜살같이 달려와 함께 들어가 물놀이 참방 거리는 모션을 취하는데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아직 수영장을 꺼내 주기엔 조금 이른 감인가 싶으면서도 활동적인 아이의 체력 소진에 수영장이 이바지할 수만 있다면 이쯤이야, 만삭의 배 불뚝 엄마는 그렇게 독박 육아를 견뎌내고 있다.
이탈리아 여름은 참 길고 참 뜨겁다.
오죽하면 더워서 일을 못하겠다는 핑계로 대부분의 회사들은 8월 한 달 내내 휴가를 가기도 하니 말이다 (물론 안 덥다고 더 열심히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지만 말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매 순간 열정적이지 않은 건 아니지만 특히나 노는 문제에 있어서는 더더욱 열과 성을 다하는 것 같은 건 비단 나만의 착각일까?
흔하여 여름 마트만 둘러봐도 물놀이 용품부터 캠핑용품까지 놀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참 쉽게도 볼 수 있고 구할 수도 있더라.
노는 것에 있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우리 역시 덩달아 10년째 이 곳에서 지내다 보니 간이 수영장만 총 3개에 달하게 되었다.
본격 수영장을 꺼내기엔 이르다고 작은 아이 욕조를 꺼내어 물 한 가득 받아주었지만 아이는 금세 시시해지고 말았다.
작년만 해도 앉은자리에서만 빙글빙글 제법 크게만 느껴지던 유아용 풀 역시 올해는 작아진 건 물론이고 아이가 커 가는 속도에 못 미치는 부족한 생각의 엄마는 작년과 비슷하게 찰랑찰랑 물을 조금만 받아주었더니 그것 또한 금세 시시한 재미없는 물놀이에 그치고 말았다.
아이가 한 해동안 얼마나 훌쩍 커버렸는지 마음 한 켠 조금 섭섭한 마음도 들지만 체력적으로 놀아주기에 엄마는 올여름 둘째 동생을 품은 만삭 임산부라 그 마저도 미안할 따름, 홀로 독박 육아를 견디면서 정말 큰 맘먹고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수영장을 정원에 설치해주었다.
그제야 한 껏 제대로 신이 난 아이는 생전 배운 적도 없는 수영하는 모션까지 취하며 하루 종일 수영장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뜨겁다. 이번 주부터는 본격 폭염의 40도가 육박한다는 소식이 이 곳 저곳에서 들려온다.
어른인 나도 이다지 뜨거운 로마의 여름날이다.
고작 수영장 하나에 즐거울 수 있는 아이라면, 이 뜨거움을 잠시라도 날려 보낼 수 있다면 그 무엇이 되었든 엄마는 너의 여름을 맘껏 지지하고 응원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