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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Oct 10. 2024

7세가 7세처럼 놀아줘서 고마워

이탈리아 초등학교 A반


 로이! 놀고 갈거지? 바에서 만나!


하교 후 같은 반 친구 프란체스코의 당연히 놀고 가지 않냐는 물음에 선뜻 답하지 못하고 아이는 연신 내 눈치만 살폈다.

가타부타 말 없이 뒷 좌석 차 문을 여니 아이들 또한 얼결에 올라탔지만 창 밖 멀어지는 친구 뒷모습을 참 아련히도 바라보니 이내 짠해진 마음에


 - 놀고 갈거야? 놀거면 얼른 내려!


쏜살같이 시야에서 사라 진 두 녀석  


학교 뒷문 작은 매점과 작은 놀이터 공간은 여러 학년들이 한데 어울러져 인산인해 였다.

조금은 거친 몸싸움도 겸비한 축구하는 초등 고학년 친구들과  깔깔깔 요리조리 피해가며 술래잡기놀이 하는 초등 저학년들

얼마나 뛰었던지 시뻘건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며 노는 아이들을 보니 나 어릴 땐 너무나 당연하다 생각했던 뛰어노는 이 놀이들이, 아이들이 새삼스럽다



자동 스마트 세대가 되며 삼삼오오 모이면 땀 흘려 뛰어 놀기보다는 온갖 게임만 하는 세상에 어쩜 이리 티없이 맑게 뛰어놀 수 있는지 이 아이들이 순간 너무 대단해 보일 지경


아이들 역시 유치원 때부터 태블릿으로 영상을, 게임을 접했다. 늘 엄하게 훈육하는 편이라 정해 진 시간도 잘 지키고 별다른 중독이라 할 만한 증상이 없어 원할 때면 곧 잘 내어주곤 했는데 슬슬 고집이 생기면서부터 태블릿을 찾는 횟수가 늘고 무엇보다 대다수의 행위의 끝은 ”그러면 이제 태블릿 해도 돼?“ 로 마무리 되다 보니 바로 잡아야 겠다 생각했다.


이탈리아 만 나이로 6세,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아이 학교는 주5일 많든 적든 숙제가 반드시 있다.

16:30분 하교 후 씻고 저녁먹고 숙제하면 자야 할 시간 자연스레 태블릿 할 수 있는 시간여유가 없었고 주말 조금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동생과 함께 블럭 놀이나 차라리 밖으로 공원이나 놀이터 나가는 일을 많이 만들었더니 여전히 태블릿 시간은 없었다.


여름 휴가 떠나던 날 새벽, 조금은 걱정 섞인 목소리로 남편에게 말했다.


- 여행 내내 잘 버텨줄까?

장거리는 물론 장시간의 여행이었기에 차 내에서의 시간 조차 아이들이 잘 버텨줄지 의문이었다.

남편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됐어! 가져가지 마!

태블릿 볼 시간이 어딨어! 창 밖을 보면 되지!


여름휴가는 우리 가족 여행의 새로운 도전 무려 첫 텐트캠핑이었기에 예상보다 짐이 훨씬 더 많았고 사실상고작 태블릿 두개 조차도 어디 끼워넣을 틈이 없어 반신반의하며 두고 떠났고 이십여일이 넘는 여행동안 정말 잘했다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일상 속에서도 노 태블릿에 적응해가던 아이들이었기에 자연 속 텐트 캠핑에선 감히 태블릿?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태블릿 대신 아이들에게는 초록 잔디 위에서 맘껏 휘두를 수 있는 라켓을 사주었고, 퍼즐을 사주었다.

수돗가 인근 모래 터에서 모래 놀이를 하고 동물 먹이 주기 체험을 하였다.

도망가고 두드리고 깨 부수고.. 유익한 것 하나 없을 것만 같던 게임 세상 속에서 벗어나 태블릿 없는 세상에서도 놀거리는 무궁무진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자연스레 태블릿을 끊어 내는(?)상황이 되었고 적응에 또 적응하는 인간이란 동물은 그래서 적응이 무섭지, 없어 버릇하니 안보는 버릇하니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태블릿을 찾는 일이 전혀 없다.

충분히 이럴 수 있는데 순간 나 조금 편하자고 태블릿 하면 안돼? 했을 때 냉큼 줘버렸던 건 아니었나..


땀을 뚝뚝 흘리며 시뻘건 얼굴은 했지만 연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아이에게 매점 냉장고에서 갓 구입 한 시원한 물병을 건넸다.


- 뭐가 그리 재밌어? 계속 뛰기만 했잖아


정말 정말 재밌었어!

놀고 갈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엄마

이제 집에가자, 땀 많이 흘려서 샤워해야겠다!


- 그래 가자!

엄마가 더 고마워,

7세가 7세처럼 즐겁게 놀아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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