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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Mar 20. 2020

검은 머리 외국인

이탈리아 발 특별항공편에 대한 이탈리아 교민의 시선  




'검은 머리 외국인'

가슴팍에 꽂힌 요상스러운 한마디가 뇌리를 떠날 생각이 없다

검은 머리는 맞고 외국인은 아닌 현상황에서 내 위치가 어디쯤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타국에 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없는 애국자가 된다.

멀리서도 항상 한국의 소식에 누구보다 귀 기울이고 국가적인 행사나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땐 더 하다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유 또한 저마다 다르긴 하지만,

물론 개중에는 한국이 정말 싫어 떠나온 사람도 있을 수는 있지만 타국 살이란 게 힘들면 더 힘들었지 결코 쉽게, 만만하게 볼 사항은 아니거늘

제 나라도 싫다고 떠난 사람 중 타국에 제대로 정 붙이고 정착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물며 '똥개도 지 집 앞에선 50% 먹고 들어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다 있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제 집에서도 못 견딘 사람은 딴 집 가서도 못 견뎠을 거다

그러니 최소한 나라가 싫어, 나라를 버리고 갔네 하는 말은 얼토당토않다는 생각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재 이탈리아 한인회와 로마가이드협회를 주축으로 하는

 '이탈리아 발 한국 행 특별항공편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특별항공편을 전세기로 칭하다 보니 정확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비난하기에 급급했지만


전세기: 세를 내고 빌려 쓰는 비행기

이번 이탈리아 교민사회에서 진행하는 전세기는 현재까지 정부의 특별한 개입 없는 항공사 측과의 조율로 진행 예정으로 '세를 내고 빌려 쓰는 비행기: 전세기'에 충분히 합당하건만 어찌하여 '전세기'라는 의미가 무조건 나라에서 지원하여 데려오는 의미로만 전략되어 버렸는지 못내 답답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이탈리아 전역은 현재 심각 수준이다.

3/9일 이동 금지령 발표 이후 (현재까지는 4/3일까지 유효한, 하지만 추가 연장 또한 검토 중이라 한다) 전 국민이 사실상 '강제 자가격리' 중이다

출근, 생필품 구입, 의료적인 외출을 제외한 나머지 그 어떤 외출도 허용되지 않는다

위 3가지를 통한 외출 시에도 흡사 '통행증'에 해당하는 본인 작성의 서류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고

경찰 심문에 제시, 합당한 이유라고 생각되지 않으면 재고되며 때에 따라 벌금 또는 체포, 징역에 달하기 까지도 한다 하니 심각한 정도가 가히 짐작이나 갈까

이탈리아 전역으로 매일 4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행사는 당연히 금지이니 장례식 또한 치르지 못한다.


이러한 이탈리아의 상황을 알아달라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우리 국민' 다수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한 한국의 확진자 수가 급증할 때 사실상 현지에서는 그다지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절대 사태가 중하지 않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탈리아 경우 세계 각지에서 유입되는 한해 관광객 수만 5천만 명이 넘을 만큼 관광대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이 곳에서도 만연하게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었고 어쩌면 초기에 예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눈에 보이는 확진자 수가 속출하기 전 까지는 사실상 방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생각한다.



우선 마스크에 대한 인식의 차이부터 문제의 시작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속출하는 한국의 확진자 수를 매일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하면서 현지에서도 당연히 불안감을 느끼고 마스크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구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일반적으로 유럽권 내에서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마스크는 테러리스트라는 오해의 소지성도 다분하다.

또한 건강상의 이유라도 중증이 아닌 이상 마스크 사용 의무를 권고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이번 사태로 심각성을 느끼고 마스크 구입을 하고자 해도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 올 공급 자체가 불가능했고, 사실상 그 이전엔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바이러스라는 인식이 강해 무분별한 동양인 차별은 물론 마스크 착용한 동양인은 거의 잠재적 확진자 취급을 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현지에서 나 조차도 마스크 착용을 당연시 게을리했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 우한에서 들어온 관광객 부부가 로마의 최초의 확진자였다.

중국발 항공 자체를 전면 금지하면서 발 빠르게 대응하나 싶었지만 사실상 그 시기조차 잠복기였다고 보는 게 더 옳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후 북부 이탈리아 밀라노 등지에서 확진자 수는 급격하게 늘어났고, 고령화의 노인인구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 사망자 수 또한 어마어마해졌다.

그리고 지금 현재 (오늘 3/19일) 이탈리아 확진자 수는 대략 3만 5천 명, 발원지 중국 다음의 세계 2위,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 '우리 국민' 이 있다.


'항공길이 막혀 이탈리아에 갇혔습니다, 전세기 좀 보내주세요!'라고 국민 청원했던 미 개념탑재의 인간은 절대 이탈리아 교민이 아니다

본인이 직접 작성했듯이 밀라노에 여행 온 여행자였다.

로마에서 작은 여행업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솔직한 내 심정은 이해가 안 된다

당시 심각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지대였다.

가급적 외출을 금하고 사람과 사람과의 사회적 거리를 지키며 불필요한 여행 자제를 부탁하던 시기였건만 이기적인 생각으로 여행을 했고 급작스럽게 변모한 현지 상황에 부딪혀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시건방지게' 국민청원에 전세기를 운운했다.

그 아래 달린 댓글들 나조차 공감한다.

'전세기(국가에서 지원해준다는 조건)가 콜택시 인가?'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방법이 없다면 그들은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구조가 될 것이다



검은 머리 외국인

선거시즌만 되면 재외국민도 국민의 일원입니다.

소중한 한 표 꼭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국민'이라 한다.

상대적으로 심각성을 못 느꼈던 이탈리아의 2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여행이 어려워졌습니다. 예약 취소, 환불 부탁합니다 했을 때 (나 포함) 대부분의 업체들이 환불을 진행했고 가령 취소 환불 원칙에 의거 일부의 환불이나 환불불가라 하면 '같은 한국인' 끼리 너무하네, '한국인이 한국인' 사정도 몰라주네 하면서 '같은 한국인'이라 하고선 이제와 우리는 '검은 머리 외국인' 인가?

달면 삼키고 쓰니까 뱉는 건 대체 누구일까?



개인의 학업(유학생), 개인의 일(주재 또는 파견, 기타 출장) 개인의 삶(이민자) 그리고 여행자

이 또한 일부에선 동일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

이번 이탈리아 발 특별항공편에 대한 논란의 중점인 '검은 머리 외국인' 즉 나 같은 이민자를 칭하는데

검은 머리 외국인은 안되고 한국 국적, 한국 여권을 사용하는 유학생, 주재, 파견, 출장객은 얼마든지 귀국을 환영한다 한다.


이탈리아는 미국과는 다르게 속인주의 국가임으로 이 곳에서 태어난 2세 경우도 부모의 국적을 따른다.

고로 로마에서 태어난 나의 두 아이도(3살, 8개월) 현재 한국 국적, 한국 여권을 사용하는 한국인이다.

그 말인즉슨, 우리 부부는 현지에서 10년 이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분명한 한국 국적, 한국 여권을 사용하는 한국인이라는 거다.

자, 그럼 '국민'의 범주에 우리도 이제 속해도 되는 걸까?


전세기에 꼬리처럼 따라붙는 세금 1원도 안 내고서 혜택만 받으려는 속칭 양아치 근성, 물론 이건 백 퍼센트 잘못이라고 본다.

그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새로운 방안을 내놓아 일괄지급을 원칙으로 하든 새로이 방법을 강구하면 될 일

외부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 자체가 불안해 교민 입국 금지를 막자 해놓고

항공이며 치료비며 자가격리 비용을 자비로 할 시엔 얼마든지 환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


자, 그럼 여기서 질문을 해보자.

우리 가족은 한국 국적, 한국 여권을 사용하는 이탈리아 살이 10년 이상의 이탈리아 교민이다.

비롯 그 금액 자체는 작을지라도 한국 그리고 이탈리아 양국 모두 세금도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입국 가능한가?

이탈리 아살이 10년 이상의 검은 머리 외국인 이기에 불가능한가?

한국에 세금은 성실히 납부하지만 해외체류자라는 이유로 아동수당, 양육수당 모두 지급받지 못한다.

그럼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 분개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대부분의 교민이 이렇지 않기에 여론이 그렇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개중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사람 또한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적어도 내 기준, 내 입장에서는 비판하는 사람들을 이기적이다 칭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이번 특별항공편으로 귀국하지 않고 이탈리아에 남기로 했다.

이 곳이 생활터전인 사람들은 사태가 이렇다고 해서 쉽게 돌아갈 엄두도 사실 내질 못한다.

집계된 교민 4천여 명 중 임시항공편 수요조 차에 참여한 인원은 대략 5백여 명,

대부분 유학생이거나 주재 또는 파견, 출장 등으로 현지에 지내는 분들과 소수의 이민자가 포함된다.

너무 진부하지만 입장 바꿔 한 번만 생각해 달라 하고 싶다.

학업을 위해 나왔던 학생들이 고국으로부터 12시간이나 멀리 떨어진 이 곳에서 무수히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이 곳에서 역병을 마주했다. 학교를 비롯한 이탈리아 전역의 대부분이 문을 닫은 이 시점에 언제 정상화가 될지 기약도 할 수 없는 이 시점에 홀로 집에 있다면, 얼마나 두려울지, 그런 자제들 걱정에 한시도 마음 편할 날 없는 한국의 부모님 속마음을 말이다. 이번 임시항공편은 그런 이들을 위해 준비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국에 가족 또는 친구들이 있다.

덮어놓고 비판 비난하기보다는 조금은 이해해달라 보듬어달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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